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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품귀’에 100조 넘은 은행 전세대출… 규제 놓고 부처간 이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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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품귀’에 100조 넘은 은행 전세대출… 규제 놓고 부처간 이견

입력
2020.11.10 04:3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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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물량 품귀가 이어지면서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폭이 5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8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업소에 매물 정보가 게시되어 있다. 뉴시스

전세물량 품귀가 이어지면서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폭이 5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8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업소에 매물 정보가 게시되어 있다. 뉴시스

5대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이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다. 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시행 후 전세 매물의 씨가 마른 반면, 수요는 여전히 넘쳐나면서 전셋값이 고공행진을 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처럼 전세대출도 정부가 규제에 나서야 해야 하는지 여부를 두고는 부처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전세 가뭄이 끌어올린 은행 전세대출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전세대출 잔액은 101조6,828억원으로 나타났다. 2016년 관련 집계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9월(99조1,623억원)에 비해 2조5,000억원 가량 늘었다. 시중은행 전세대출은 올해 6월까지만 해도 2조원 안팎의 증가세를 보였지만, 하반기 들어 증가폭이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금융권에서는 전ㆍ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이 포함된 임대차법 개정안이 시행된 7월말 이후 전세대출 증가세가 가팔라졌다고 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임대차법 시행 후 서울과 수도권 지역 전세 가격이 급등한 것이 대출을 끌어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치솟은 전세보증금을 충당하기 위해 은행 문을 두드리는 수요가 크게 늘었다는 의미다.

실제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를 보면, 지난달 서울 전체 전세거래는 1만4,131건으로 1년 전(2만4,220건)에 비해 42%나 줄었다. 반면 전셋값은 큰 폭으로 오르는 중이다. KB국민은행 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5억3,677만원을 기록했다. 8월에 처음으로 5억원을 넘겼는데 두 달 만에 7.5%가 더 뛴 것이다.

올해 5대 은행 전세대출 추이

올해 5대 은행 전세대출 추이


국토부 “DSR규제” vs 금융당국 “신중”

가계부채 중 하나인 전세대출이 가파르게 늘고 있지만 당장 규제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 부동산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금융정책을 관할하는 금융당국간 입장이 크게 달라서다.

국토부는 전세난 원인으로 전세대출을 지목한 상태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이달 초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금리가 하락하면서) 같은 이자를 낼 때 금융권에서 빌릴 수 있는 금액이 최대 40%까지 늘어났다고 자료로 확인된다”며 “전세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금액이 늘어나니 (전세) 수요 측면에서 돈을 더 많이 빌려 더 좋은 곳으로 가려 하고, 임대인은 경쟁이 치열해지니 전셋값 상승 요인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전세대출 대책으로 “전체적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에는 DSR가 적용되는 반면, 전세대출은 DSR 규제에서 빠져있다.

반면 지난 8월 신용대출이 급등세를 보이자 적극적으로 ‘구두경고’에 나섰던 금융당국은 전세대출을 두고는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아 부동산 투자)’이나 ‘빚투(빚내서 주식 투자)’ 등 투기적 목적이 짙던 신용대출과 달리 전세대출은 실수요자가 대상이기 때문에 당국의 직접 개입은 부적절하다고 보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금은 가계대출이라는 큰 틀에서 일종의 총량 규제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전세대출은 전세살이에 필수적으로 따라가는 것이기 때문에 섣불리 규제하면 오히려 서민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어 굉장히 조심스러운 영역”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금리가 낮은데다 전세대출의 경우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보증금을 돌려받는 일종의 거치형이기 때문에 부실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면서도 “다만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설 경우 가계부채 부실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는 점은 우려 요인”이라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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