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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바이든은 이성적, 중국은 보복 아닌 협력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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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바이든은 이성적, 중국은 보복 아닌 협력 대상"

입력
2020.11.10 08:0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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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펑 중국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원장
"대선 이후 '코로나 보복' 탈피 급선무
바이든 정부, 中과 협력 모색 믿을만
글로벌 공조 통한 대중 압박은 부담
둘로 나뉜 美, 미중관계 악영향 우려"

중국의 대표적 미중관계 전문가로 꼽히는 주펑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원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중국의 대표적 미중관계 전문가로 꼽히는 주펑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원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감정적이지 않다." 주펑(朱鋒) 중국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원장이 꼽은 미국 대선 이후 양국관계의 첫 번째 변화 요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빌미로 '중국 때리기'의 강도를 높여온 '트럼프식 충동 외교'와 단절할 것이라는 기대다.

주 원장은 9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양국이 직면한 최우선 현안은 '코로나19 보복'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며 "단기간에 실질적인 관계 개선은 어렵겠지만 협력을 모색하는 데 있어선 바이든 행정부가 훨씬 유능하고 믿을 만하다"고 평가했다

물론 우려도 적지 않다. 주 원장은 "미국이 글로벌 리더십을 회복하면 혼자가 아닌 많은 국가들과 공조해 중국을 압박할 것"이라며 "중국 외교는 상당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확고한 반(反)글로벌 세력이 미중관계에 반드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경계도 잊지 않았다.

주 원장은 미중 갈등 상황에서의 한국에 대해선 "안정적인 한미동맹과 미중 경제협력으로 고민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 원장은 워싱턴과 베이징을 넘나들며 균형 잡힌 합리적인 시각으로 정평이 나 있는 중국의 대표적 미중관계 전문가다.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 요인은 무엇인가.

"코로나19 사태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의 이익을 등한시했다. 또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명예와 이미지에 먹칠을 했다.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미국 대선 과정에 '중국 변수'가 작용했나.

"트럼프 대통령은 강경한 대중 정책을 핵심 전략으로 들고 나왔다. 하지만 대선을 좌우하지 못했다. 유권자들은 국내 상황 안정에 더 관심이 많았다."

-'바이든 시대'에 미중관계가 어떻게 달라질까.

"양국관계가 질적으로 변한 건 트럼프 대통령의 캐릭터 때문이다. 그는 방역 실패의 책임을 떠넘기면서 중국을 보복 대상으로 여겼다. 또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을 탄압했다. 반면, 바이든 당선인은 중국을 잘 알고 중국에 익숙하다. 지난 43년간 정치인으로서 중국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 그가 양국관계를 크게 바꿔놓지는 못하더라도 올바른 궤도로 돌아오게 할 수는 있다. 미중 정상의 통화는 3월 27일이 마지막이다. 교류와 소통이 거의 없는 상태다. 하지만 바이든 당선인의 대선 승리로 관계 악화를 멈추고 대화를 재개할 여건이 마련됐다."

-바이든 당선인은 중국을 어떻게 보고 있나.

"미국 정치에서 대중 인식은 모든 정파에 공통적이다. 트럼프 행정부와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렇다면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는 중국에게 기회인가 도전인가.

"압박이자 기회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회복하고 다자주의와 미국의 리더십을 복원할 것이다. 중국에 맞서 공조를 강화하고 정책수단을 더 많이 확보하는 것이다. 특히 미국 민주당이 홍콩·신장·티베트 인권문제로 중국을 몰아붙이는 상황이 우려된다. 그럼에도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대통령처럼 감정적으로 오로지 미국의 이익만을 위해 중국을 공격하지는 않을 것이다. 확실한 건 바이든 정부가 대화를 통해 중국과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개선해나갈 기회를 잡았다는 점이다. 양국이 함께 발전하는 '강한 협력, 약한 경쟁'의 관계로 돌아갈 수도 있다."

-미중이 당장 첨예하게 부딪칠 현안은.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정세가 불안한 건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보복 프레임으로 중국을 대하기 때문이다. '중국 때리기'는 미국 정치권이 코로나19를 인류의 위생보건 문제가 아닌 강대국 간 힘 대결로 본 탓이다. 내부 혼란은 취약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가장 중요한 전략적 상대인 중국을 옥죄어 왔다. 이는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 논리다. 양국 국민은 물론 국제사회의 공동이익에도 완전히 역행한다. 협소하고 이기적인 패권국의 슬픈 단면이다. 반면 바이든 정부는 중국을 겨냥한 감정적인 대응의 압박을 줄여나갈 것이다."

-중국은 새 대통령 바이든을 어떻게 상대할까.

"미중관계를 적극 개선할 정치적 의지를 갖춰야 한다. 바이든 당선인은 일단 국내 문제와 함께 동맹관계 회복에 중점을 둘 것이다. 베이징은 미국의 대중 강온 정책에 신경쓰기 보다는 워싱턴을 향해 능동적으로 소통과 교류 재개 신호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양국 지도자들이 전략적 안목과 용기를 보여줄 때다."

-미국 내부 갈등이 중국을 향해 어떻게 표출될까.

"자유무역과 시장개방에 반대하는 세력이 여전히 강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온갖 실정에도 불구하고 7,000만표 이상을 얻은 게 현실이다. 바이든 정부의 무역·산업정책이 과거 클린턴 시대나 오바마 시대로 돌아가는 건 어렵다."

-바이든 당선이 한반도 비핵화에 미치는 영향은.

"비핵화와 남북관계에 긍정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꾀했다. 하지만 기대치가 너무 높았다. 다자 대화와 양자 협력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런 방식을 준용할 것이다."

-한중관계와 동북아 정세에도 적잖은 변화가 있을 텐데.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한국에게 거의 두 배의 미군 주둔비용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다. 한미동맹이 안정적이고 군사행동 범위가 한반도를 넘어서지 않는다면 중국의 안전에도 유리하다. 바이든 당선인이 중국과 무역전쟁이나 과학기술전쟁 수위를 낮추면 한중 경제협력에 도움이 된다. 이를 통해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정치·경제적 이익이 충돌하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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