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권 女정치인에게 흰색은 여성 참정권의 상징
앞서 스키니진에 컨버스 운동화 패션 선보이기도
미국 첫 여성 부통령으로 당선된 카멀라 해리스 당선인이 7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웰밍턴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과 승리를 선언하는 기념비적 순간. 그는 흰색 바지 정장에 목둘레를 리본으로 묶는 흰색 푸시 보우 블라우스를 입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해리스 당선인의 패션을 두고 "단순한 패션이 아니라 과거와 미래의 정치에 관한 것"이었다고 보도했다.
NYT의 패션 수석평론가 바네사 프리드먼은 8일(현지시간) "해리스 당선인은 바이든 캠프에 합류한 이후 한번도 입지 않았던 (흰색) 옷을 입으면서 시그널을 보냈다"며 "실크로 된 흰색 푸시 보우 블라우스와 흰색 정장은 수십년간 여성의 권리를 상징해왔다"고 전했다.
사실 영미권 여성 정치인에게 '흰색'의 의미는 각별하다. 영국과 미국 여성 정치인들은 중요 행사 때 흰 옷을 입곤 하는데, 이는 20세기 초 여성 참정권 운동가들이 흰 옷을 입은 데서 유래한 전통이다. 여성 참정권 운동가들은 참정권을 뜻하는 '서프러지(suffrage)'에 여성을 의미하는 접미사 'ette'를 붙인 서프러제트(suffragette)로 불렸고, 그들이 주로 입었던 흰옷은 '서프러제트 화이트'로 일컬어지며 여성 참정권의 상징이 됐다.
프리드먼은 흰색 바지 정장에 대해 "참정권론자부터 제럴딘 페라로, 힐러리 클린턴, 낸시 펠로시에 이르기까지 여성 정치인들은 유리 천장을 깨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흰색은 그들이 추구하는 목적의 품격을 의미하며, 좌절을 의미하던 것에서 마침내 성취의 상징이 됐다"고 전했다. 이어 푸시 보우 블라우스에 대해서는 "넥타이의 여성 버전으로 수년간 일하는 여성의 상징으로 활용됐다"며 "영국 첫 여성 총리인 마거릿 대처가 즐겨 입었고 최근에는 멜라니아 트럼프도 가세했다"고 설명했다.
흰색 옷을 즐겨 입은 이는 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다. 이방카는 올 여름부터 흰색 옷과 가방을 고집해 왔는데 이는 자칭 일하는 여성을 대표하고 있기 때문에 성 투쟁의 개념으로 선택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분석하기도 했다.
프리드먼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순간 (해리스 당선인이) 흰색 옷을 선택한 것은 패션이 아니라 정치였다"며 "해리스의 패션은 여성으로서, 흑인으로서 첫 부통령의 자리에 오르게 된 그의 한 부분이다"라고 전했다.
해리스 당선인이 패션을 활용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9월 위스콘신주 밀워키를 방문했을 당시 스키니진에 컨버스 운동화를 신고 대선 유세에 나섰고, 이 영상이 트위터에서 화제가 되면서 800만건이 넘는 조회수라는 폭발적 반응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당시 후보였던 해리스 당선인은 전통적인 관행을 깨고, 젊고 활기 넘치는 정치인이라는 인상을 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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