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초 광주시감사위원회(감사위)는 프로축구 광주FC를 상대로 특정감사에 착수했다. 혈세를 지원받는 시민구단의 일부 사무국 직원들이 실제 근무하지도 않고 수당을 챙겼다는 의혹이 일부 언론에 제기된 직후였다. 이를 두고 "전광석화 같은 감사"라는 말이 나왔다. 감사위는 당초 감사 기간을 10일로 잡았다가 무슨 이유인지 12일을 더 연장했다. 당시 감사위는 먼지 털 듯 샅샅이 뒤졌지만 이후 3개월째 감사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일 광주시 출연기관인 (재)광주과학기술진흥원에 대한 광주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일부 직원들의 시간 외 근무 수당 부정 수령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진흥원이 전자결재시스템을 통해 시간 외 근무에 대해 사전 결재 후 별도 확인 절차도 없이 수당을 지급한 사실이 지적된 것이다. 시간 외 근무 수당 지급을 둘러싼 직원들의 부적절한 행태가 광주FC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감사위는 광주FC에 대한 특정 감사 때와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감사위는 아직 진흥원을 상대로 감사를 진행할 것인지, 감사를 한다면 언제 할 것인지에 대해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다. 광주FC 감사 착수 때와 견줘보더라도 온도차가 크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감사위가 진흥원에 대해 감사를 착수할 명분은 충분하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실제 진흥원은 광주시 공공기관 운영 매뉴얼 권고사항에 따른 시간 외 근무 시간(월 25시간)을 무시하고 52시간까지 인정해 주며 수당을 지급했다. 이에 따라 2018년엔 직원 14명이 1억23만6,910원, 2019년 19명이 1억1,652만9,810원, 올해엔 9월 말 기준으로 18명이 9,924만4,290원을 받아 챙겼다. 특히 일부 직원은 시간 외 근무 수당으로 최고 월 139만2,000원을 포함 연간 1,632만8,000원을 받기도 했다. 결국 진흥원에 대한 감사는 감사위의 의지에 달려 있는 셈이다.
하지만 감사위가 진흥원에 대해 감사를 진행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감사위의 한 관계자는 "시 산하기관에 대한 감사는 1차적으로 해당 과(광주시 지도·감독 부서)에서 들여다 보고 점검 결과가 미비할 때 감사위가 감사를 진행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경우 감사위가 같은 비위 사안을 두고 감사 착수 기준이 그때 그때 다르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더구나 광주FC에 대한 특정 감사를 둘러싸고 일각에선 "감사위가 특정 직원을 찍어내기 위해 표적 감사를 했다"는 뒷말도 불거진 터라, 이번 감사위 결정이 자칫 감사권 남용 시비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래 저래 감사위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