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1 엠마 곤살레스
2018년 3월 24일, 총기 규제를 촉구하는 대규모 군중 집회 'March for Our Lives'가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렸고, 플로리다주 스톤먼더글러스 고교생 에마 곤살레스(Emma Gonzelez, 1999.11.11~)가 연단에 섰다. 한 달여 전인 2월 14일 학교에 난입한 괴한의 반자동소총에 친구 17명(17명 부상)을 잃은 뒤였다.
"약 6분 20초"라는 말로 연설을 시작한 그는 "내 친구 카르멘은 이제 더는 피아노 연습이 지겹다고 내게 불평할 수 없게 됐다"며 숨진 친구들을 하나하나 소개한 뒤, 군중을 응시하며 꼿꼿이 선 채, 눈물을 흘리며 침묵했다. 그를 약 20만명의 시민이 숨죽여 지켜봤다. 6분 20초는 친구들이 숨져간 시간이고, 강당 구석에 숨었던 곤살레스 같은 생존자들이 견딘 공포의 시간이었다. 그 시간이 다 흐른 뒤 곤살레스는 "제발 우리를 살려달라"고, "남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쿠바 이민자의 딸로 플로리다 교외에서 태어나고 자라 여느 10대들처럼 유행가와 넷플릭스 영화에 열광하던 그는 2월 그사건 이후 다른 삶을 살기 시작했다. 사건 사흘 뒤 카운티 법원 광장에서 열린 추모·성토 집회 연단에서 그는 미국총기협회(NRA)와 그들의 돈에 영혼을 판 주·연방 정치인들을 향해 "We Call B.S." 즉 '허튼(bullshit) 작자들'이라 부르겠다고 선언했다. 그의 연설 동영상은 미국 전역에서 엄청난 호응을 얻었고, 그와 친구들은 수많은 언론 매체와 인터뷰하며 자신들의 뜻을 전했다. 새로 만든 그의 트위터(@Emma4Change) 팔로어는 불과 한 달여 사이, 미국총기협회의 두 배가 넘는 160만여 명을 기록했고, 마침내 3월 워싱턴DC 행사를 성사시켰다. 플로리다 주의회는 법을 고쳐 총기 구매 연령과 자격 등을 강화했다.
오늘 만 21세가 된 그는 페미니스트 양성애자로, 플로리다 뉴칼리지에 진학하고도 총기 규제 캠페이너로 활동해 왔고, 얼마 전 제 손으로 새 대통령을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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