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선 불복에 상황관리 우선
바이든 당선인과 정상 통화 조기 성사 위한 외교적 여건 만들기 주력
문재인 대통령은 8일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의 조 바이든 대통령 후보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가 승리한 것과 관련해 트위터를 통해 “두 분과 함께 열어나갈 양국 관계의 미래 발전에 기대가 매우 크다. 같이 갑시다”라고 축하의 뜻을 전했다. 축전ㆍ통화 등 공식 외교수단은 잠시 미뤄뒀다. 아직 임기가 남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 미국 국내 정치 상황을 살피며 적절한 시점에 새 정부와의 직접 접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바이든ㆍ해리스 두 당선인을 인용하며 “우리의 동맹은 강력하고, 한미 양국 간 연대는 매우 견고하다”며 한국어와 영어로 이같이 적었다. 문 대통령은 또 “나는 우리 공동의 가치를 위해 두 분과 함께 일해 나가기를 고대한다”고 환영했다. 문 대통령의 트위터 축하메시지는 바이든 당선인이 성명을 통해 사실상 승리를 선언한지 약 8시간 만이다.
문 대통령이 공식 외교수단이 아닌 트위터를 통해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축하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불복 의사를 밝히며 소송전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미국내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ㆍ영국ㆍ독일 등 주요국 정상들이 모두 트위터를 통해 바이든 당선인에게 축하의 뜻을 전한 것과 다르지 않다. 정부로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는 내년 1월 20일까지는 트럼프 행정부와 소통을 이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전망되는 상황에서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협조가 절대적이라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바이든 당선인 측과의 직접 접촉을 마냥 미루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은 물론 유명희 산업통산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도전장을 낸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전 등 한미간 시급한 현안이 당면해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최대한 이른 시점에 문 대통령과 바이든 당선인 간 통화를 성사시킬 수 있도록 하는 외교적 조건을 만드는 데 우선 힘을 쏟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 방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탓으로 서두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바이든 당선인 취임식이 열리는 내년 1월 20일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다만 문 대통령과 바이든 당선인간 통화가 이뤄지면 문 대통령 방미가 전격적으로 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2016년 11월 8일 치러진 미 대선 당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는 트럼프 당시 당선인과 통화를 한 뒤, 일주일만인 11월 17일 미국 뉴욕에서 회동한 전례가 있다. 여권 한 관계자는 “바이든 당선인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펼친 햇볕정책의 오랜 지지자고, 당선인의 경제 정책은 문재인 정부의 한국판 뉴딜의 핵심인 그린뉴딜 정책과 궤를 같이 한다”며 “오랜만에 한미가 민주당 정권으로 동조화가 이뤄진 만큼 힘을 모을 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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