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양호, '옵티머스 실질적 고문 역할' 정황 드러나

이전기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단독] 이헌재·양호, '옵티머스 실질적 고문 역할' 정황 드러나

입력
2020.11.09 04:30
0 0

본보, 옵티머스 업무일지 입수
금감원 관리대상 선정·주요 사업 업무협의 날
이헌재·양호 전 옵티머스 고문 미팅 일정 기재
"구체 활동 없다"던 고문들, 영향력 행사했나

한국일보가 입수한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올해 3월 13일자 업무일지. "형식적으로만 고문 직책을 유지했다"던 양호 전 나라은행장(전 옵티머스 고문)과 옵티머스의 미팅 일정이 기재되어 있다. 3월 13일은 옵티머스 측이 '태국 바이오매스 발전사업'을 함께 추진하던 한국남동발전 관계자들과 업무협의를 가진 날이자, 금융감독원이 옵티머스를 집중관리대상으로 선정한 날이기도 하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과 관련해 금융권 로비 의혹을 사고 있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양호 전 나라은행장이 올해 초 옵티머스 측과 업무 차 만난 정황이 드러났다. 옵티머스 고문이던 두 금융권 인사의 구체적 활동 기록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옵티머스와 접촉한 시기가 핵심 사업 추진 및 금융감독원 감시·감독 시점과 맞물려 있다는 점도 예사롭지 않다.

8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옵티머스 내부 업무일지에 따르면 옵티머스 주범들은 지난 3월 이 전 부총리·양 전 행장과 미팅 일정을 잡았다. 3월 13일 작성된 해당 문건에는 ‘2시 양호고문님 미팅’, ‘이헌재장관님 미팅 다음주 수 3시 확정’이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업무일지에는 김재현(50·구속기소) 대표 등 옵티머스 핵심 관계자의 일정 및 주요 업무처리 현황은 물론, 핵심 로비스트로 지목된 신모(56)씨 및 김모(55)씨와의 미팅 일정이나 옵티머스가 장악하려던 화장품업체 스킨앤스킨 이사회 안건 관련 일정 등도 담겨 있다.

공교롭게도 업무일지에 등장하는 시기는 옵티머스의 핵심 사업 추진 시점과 겹친다. 옵티머스 내부 문건인 '펀드 하자 치유 관련'에 이 전 부총리가 추천했다고 거론되는 '태국 바이오매스 발전사업'과 관련, 주요 업무협의를 한 날짜가 '3월 13일'이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남동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김재현 대표는 같은 날 해당 사업 파트너인 남동발전 해외사업 관계자와 업무협의를 가졌다. 이어 남동발전은 같은 달 31일 해당 사업에 적격 판정을 내렸다. 그 동안 유향열 남동발전 사장은 "이 전 부총리와 접촉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미팅 시점을 감안하면 옵티머스-이 전 부총리-남동발전으로 이어지는 모종의 커넥션에 대한 의구심이 더욱 짙어진다.

한국일보가 입수한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올해 3월 13일자 업무일지. "이헌재장관님 미팅 다음 주 수 3시 확정"이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3월 13일은 옵티머스가 투자한 '태국 바이오매스 발전사업'과 관련해, 이를 함께 추진한 한국남동발전 관계자들과 옵티머스 측이 업무협의를 가진 날이다. 옵티머스 내부 문건인 '펀드 하자 치유 관련'에 이 사업을 이헌재 전 장관(전 옵티머스 고문)이 추천했다는 내용이 있어 로비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3월 13일은 금융감독원이 옵티머스를 집중관리대상으로 선정한 날이기도 하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3월 13일은 또 금감원이 옵티머스를 집중관리대상 전문사모운용사로 선정하면서 자금유출입 모니터링을 실시한 날이기도 하다. 해당 날짜 업무일지에는 옵티머스 측이 주요 법인 직원들 소속을 옮기거나 관련사 인감을 회수하는 등, 금융당국 눈을 피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인 듯한 계획도 담겨 있다. 이 전 부총리나 양 전 행장 미팅이 금감원 내부 정황을 살피거나 대응 계획을 세우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 전 부총리와 양 전 행장은 2017년 쯤부터 지난 6월 옵티머스 펀드 환매중단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옵티머스 고문단에 이름을 올린 금융권 핵심 인물이다. 앞서 야당은 2017년 양 전 행장이 이 전 부총리를 거쳐 금감원에 민원을 넣으려 시도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을 국정감사에서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둘 다 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 전 부총리와 양 전 행장은 업무일지와 관련한 한국일보의 사실 확인 요청에도 일절 접촉을 거부하고 있다.

검찰은 이 전 부총리와 양 전 행장의 로비 의혹과 관련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옵티머스 관계자들로부터 "이헌재·양호 고문에게 매달 500만원의 고문료를 지급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검찰은 두 금융권 인사가 옵티머스 사업과 관련해 공기업 또는 금융권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준기 기자
안아람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