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공포에 휩싸인 안산 아파트… 한 달 뒤 "그 놈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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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공포에 휩싸인 안산 아파트… 한 달 뒤 "그 놈이 온다"

입력
2020.11.12 04:30
수정
2020.11.12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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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순 출소 D-30>
조두순 거주할 경기 안산 A아파트 가보니
부모들 불안감에 전전긍긍... "왜 여기로 오나"
정부 대응책에도 "여전히 사각지대 많아"

경기 안산시의 한 아파트 단지 놀이터. 안산=왕태석 선임기자

"그 XX 나오기만 해봐. 내가 혼쭐을 내줄테니까. 난 하나도 안 무서워, 그 XX."

소주를 2병 넘게 들이킨 탓인지 박재수(55)씨의 얼굴은 대낮부터 벌게졌다. 박씨는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으로 먹고 사는 소위 '노가다꾼'이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일이 들쑥날쑥한 탓에, 쉬는 날이면 이렇게 한 잔하는 게 일상이 됐다.

지난 5일에도 박씨는 5년 넘게 거주 중인 경기 안산시 A아파트 단지 뒷편 슈퍼마켓 파라솔에 자리를 잡고 정오부터 술을 한 잔 걸치고 있었다. 안주는 새우깡에 번데기가 전부. 딱히 약속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자연스레 박씨와 비슷한 연배의 남성들이 하나 둘 합세해 술판이 벌어졌다. 화제는 어느덧 얼마 뒤 출소할 '그 사람' 이야기로 흘렀다. 취기가 오른 박씨가 먼저 그 사람을 때려 눕히겠다고 호기롭게 말하자, 박씨와 한 잔씩 주고 받다 코가 삐뚤어진 이호남(58)씨도 한 마디 거들었다.

"그게 사람이 할 짓이가. 집밖에 나왔다가 나한테 걸리면 안 봐줄거야. 얼굴 안 보이게 마스크로 얼굴 잘 가리고 다니라고 해."

"몇 동이라고 했지?"

"바로 저기여. 저기. 저기가 그 놈 부인이 사는 데여. 그 놈이 저기로 온대."

술잔을 내려놓은 이씨가 손가락으로 A아파트의 한 동을 가리켰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한 달 뒤인 다음달 12일. '그 사람'이 12년간의 복역 생활을 마치고 이곳에 온다. 바로 2008년 '나영이 사건'으로 한국 사회를 공포와 경악에 빠뜨렸던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68)이다.

12년 복역 생활 마치고... 조두순이 온다

지난달 13일 경기도 안산시의 한 골목길에서 관계자들이 방범용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고 있다. 안산시는 골목길 등 취약지역에 방범용 CCTV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안산은 사연이 적지 않은 도시다. 주변의 공업단지를 바탕으로 성장한 수도권 위성도시 중 하나. 공단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이 이곳에서 삶의 터전을 일궜고, 이주노동자들이 정착해 둥지를 틀었다. 2014년 세월호 참사의 피해자들인 단원고 학생들이 자란 곳이기도 해, 한때 도시 전체가 슬픔에 잠기기도 했다. 다양한 이들이 모여 사는 안산을 두고 주민들은 '살기 좋은 도시'라고 입을 모은다.

안산 한 가운데 위치한 A아파트는 사연 많은 사람들이 '잠시 거쳐가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재건축이 끝나 새단장을 끝낸 주변 단지와 달리, 30년이 지난 외형을 그대로 간직한 소형 아파트의 세대 당 평수는 20평이 채 되지 않는다. 덕분에 갓 경제생활을 시작해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신혼 부부나 노인 1인 가구의 비율이 높다. 주변 공단에 입주한 업체들이 외국인 노동자들의 숙소로 사용하기도 한다.

안산에 거주한 지 21년째라는 김모(64)씨도 예전엔 A아파트에 살았다. 강원도에서 올라와 없는 형편에 시작한 사업은 이제 먹고 살만큼 커져 김씨는 A아파트에서 같은 안산의 새로 지은 40평대 아파트로 이사를 갔다.

"옛날에는 동네에서 토막 살인이 나도 뉴스엔 하나도 안 나왔어. 그 정도로 치안이 안 좋았지. 여기는 그야말로 서민 아파트야. 집도 오래돼서 싸고, 평수도 작으니까. 그래도 지금은 좋아졌어. 저렇게 대낮부터 술 마시는 사람들도 여전하지만 큰 공원도 생겼고 교통도 좋아졌어. 여기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사는 평범한 아파트지. 그런데 그런 와중에 세월호 사고가 터지면서... 그때는 밖에 나가면 거리에 사람이 하나도 없었어. 죽은 도시가 됐지. 이제 상처가 아물 때쯤 되니까 또 조두순이 온다는 거야. 허 참."

"택배만 시키고 집밖으로 안 나온다" 소문만 무성

경기 안산시의 한 아파트 인근에 CCTV가 설치돼 있다. 안산=고영권 기자

6일 오후 A아파트 단지 상가 내의 한 미용실. 낡은 소파에 동네 아주머니들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 수근거리고 있었다. 역시 이야기의 중심은 조씨였다. 누군가의 휴대폰에서 '미스터트롯'으로 유명세를 탄 한 가수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사람 부인은 X동에 살어. 같은 동에 사는 아는 언니 말 들어보니까 그 여자는 집밖으로 안 나온대. 장도 안 보고, 쿠팡이나 택배로 필요한 물건들 시켜서 문만 살짝 열어서 갖고 들어간다는데."

"우리 동에선 지난달에 1층 현관에 그 사람 얼굴을 붙이려고 투표를 했어. 주민들 조심하라고. 과반수 이상이 찬성을 해서 붙이기로 결정을 했거든. 그런데 그게 개인정보인가 명예훼손인가 문제 때문에 안 된다고 하더라고. 우리가 하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고."

야채 가게에서도, 부동산에서도, 편의점에서도. 주민들이 3명만 모이는 곳이면 조용히 그 사람의 이야기를 했다. 조두순의 이야기를. A아파트에서 20년 넘게 떡볶이 장사를 한 50대 후반의 포장마차 주인은 요즘 들어 아파트 주변 경찰의 순찰이 늘어났다며 불안해했다.

"조두순 부인 X동에 사는 거 확실해. 동네 아이들도 다 안다니까. 요즘에 경찰이 순찰을 얼마나 많이 도는지. 특히 밤에 경찰이 많이 와. 주변 초등학교 앞에도 경찰이 있고. 단지 주변에는 새로 폐쇄회로(CC)TV를 설치했는데 단지 안에는 새로 생기는 건 없어."

법무부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 7월 실시된 안산보호관찰소 심리상담 면담에서 "사회에서 내 범행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하는지 잘 알고 있다"며 "비난을 달게 받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면담에서 출소 후 안산으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안산 일대는 발칵 뒤집어졌다. 현재 조씨의 아내는 지난해 말 이 아파트 단지의 한 동에 전세로 이사를 와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한국일보가 만난 A아파트의 경비원들은 하나 같이 "정확히 어딘지는 모른다"며 입을 닫았다. 관리사무소 직원도 "경찰에서 찾아오기도 했는데, 정확히 어디 사는지는 저희도 모른다"고 짧게 답했다.

부모들은 전전긍긍... 유치원 등 어린이시설 100여개 밀집

5일 오후 경기 안산시의 한적한 한 공원의 모습. 이승엽 기자

조씨를 둘러싼 소문들은 입에서 입을 타고 인근 주민들의 마음을 갉아먹고 있다. 특히 형체가 없는 공포는 아이를 가진 부모들 사이에선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었다. A아파트의 1㎞ 반경에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등학교 등이 즐비하다. 어린이 관련 시설만 100개가 넘는다.

5일 조두순의 거주 예상지에서 300m도 떨어지지 않은 한 어린이집. 오후 2시쯤 찾아간 이곳에선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와 웃음소리가 창밖으로 새어나왔다. 아이들이 집에 돌아갈 시간이 되자 쌀쌀한 날씨에 두터운 점퍼를 입은 엄마들이 하나 둘 어린이집을 찾았다. 엄마들은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종종걸음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기자가 말을 걸자 대부분 경계하거나 아이를 뒤로 숨겼다.

네살배기 딸을 키우는 한모(33)씨는 "조두순이 왜 하필 이곳으로 오는지 이해가 안된다"며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너무 불안하다. 격리시킬 수 없다면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화학적 거세 같은 강력한 조치가 필요한 것 아니냐"며 울분을 터트렸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10살, 8살 아들을 둔 학부모 B(38)씨도 사정은 같았다.

"딸 있는 엄마들이 더 걱정이긴 하지만, 난 아들인데도 걱정이 커요. 원래 취직 자리를 알아보고 있었는데 이럴 때 아이들만 둘 수가 없으니까 포기했어요. 조두순이 오면 직접 아이들 학교 데려다줘야 할 것 같아서. 학교에서도 담임 선생님이 화상 수업으로 아이들한테 신신당부를 해요. 학교 근처야 경찰도 있어서 괜찮은데 애들이 학교만 가는 건 아니니까요. 학원도 가고, 놀이터도 가는데요."

다른 30대 학부모도 전전긍긍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조두순이 출소하면 미성년자 있는 집은 통지서가 날아온다던데요. 아직 받은 건 없어요. 문제는 신종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얼굴은 못 알아볼까봐 걱정된다는 거예요. 요즘에 중·고등학생 애들도 코로나 때문에 학교를 안가고 밤에 막 돌아다닌 것도 문제인데, 거기에 조두순까지... 한숨만 나오죠. 9월에 애들 휴대폰에 위치추적 애플리케이션(앱)도 설치했어요. 그런데 그것도 휴대폰 데이터를 계속 켜고 있어야 작동이 돼요. 통신비도 한 두 푼이 아니잖아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덜 불안하려면."

7일 경기 안산시의 한 공원 화장실에 설치된 비상벨 화장실 표지판. 이승엽 기자

A아파트에서 1㎞도 떨어지지 않은 주변의 B공원은 이 일대 학생들 사이에선 '아지트'라 불린다. 쌀쌀해진 날씨 탓인지 7일에는 방문자가 많지 않았지만, 주말마다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노는 탓에 동네가 왁자지껄 해진다고 한다. 산책을 나온 김모(64)씨는 "한 달 뒤면 여기가 텅 빌 거야. 조두순 때문에 부모들이 아이들 여기 못 오게 할 거거든. 엎어지면 코닿을 거리인데 어느 부모가 지 자식을 여기 혼자 보내겠어"라고 말했다.

이날 늦은 오후 해가 진뒤에도 공원에는 주말을 맞아 부모님과 함께 놀러 나온 아이들이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광장 주변을 돌고 있었다. 광장 주변엔 그나마 가로등이 있어 사람의 형체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였지만 산책로에는 가로등이 아예 없거나 드문드문 있어 주변이 새까맸다. 공원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바로 옆 사람의 얼굴 생김새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불빛이 없었다. CCTV가 설치되지 않은 사각지대도 다수 발견됐다. 공원 화장실에 설치된 '비상벨 화장실' 안내판만 밝게 빛나고 있었다.

실제로 이 공원 주차장은 불빛이 없어 별 보기 좋아하는 천문 동아리들이 자주 찾는 명소로 꼽힌다. 이날도 주차장에선 한 40대 남성이 자신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옆에 망원경을 설치한 뒤 머그컵에 담긴 커피를 홀짝이며 별을 관찰하고 있었다.

"여기가 조두순 동네에요? 처음 알았네. 저는 안산은 아니고 경기 시흥시에 사는데 여기 자주 와요. 공원 뒤쪽이 허허 벌판이라 남쪽 하늘을 보기 좋거든요. 안산인 줄은 알았는데, 조두순이 이 근처에 살게 될지는 꿈에도 몰랐네."

"주민 불안감 최소화하겠다" 정부 대책 마련 나섰다지만...

5일 오후 경기 안산시의 한 사거리에 새로 설치된 CCTV 가로등의 모습. 어린이의 키에 맞춰 비상호출 버튼이 부착돼 있다. 이승엽 기자

지역사회의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무 부서인 법무부는 정세균 국무총리의 지시에 따라 여성가족부, 경찰청 등과 공동으로 대응 마련을 마련했다. 정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종합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조씨 출소 전 예상주거지 반경 1㎞ 이내 지역을 여성안심구역으로 지정해 CCTV 35대를 증설하고 방범초소를 설치하는 등 등 범죄 예방 환경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조씨에 대해선 외출제한, 아동시설 출입금지 등 특별준수사항이 추가되며, 출소 즉시 전담 보호관찰관을 지정해 1대1 감독을 받는 등 가장 높은 수준의 관리 감독이 진행될 예정이다. 관할인 안산 단원경찰서 여성총소년강력팀은 조씨를 24시간 밀착 감독한다. 경찰 관계자는 "조두순이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것이 인지되면 즉시 출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호관찰관은 조씨의 매일 이동 경로 등 생활계획을 주 단위로 보고 받고 실제 생활을 비교한다. 불시에 찾아가 아동 접촉시도 등도 확인한다. 최소 주에 4차례 이상 부르거나 직접 찾아가고, 음주 여부를 측정해 일정 알코올 농도 이상이 나왔을 시 준수사항 위반으로 처벌한다. 안산시도 정부와 연계해 CCTV 자료 등을 통해 조씨의 행동을 직접 확인하겠다는 계획이다. 무도실무관 6명을 신규 채용해 순찰에도 투입할 예정이다.

7일 오후 경기 안산시의 한 주차장에 주차된 방범순찰대 차량의 모습. 이승엽 기자

하지만 대부분의 주민들은 정부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거리를 지나가던 한 고등학생은 "큰 사거리나 초등학교 앞에만 새 CCTV가 설치됐다"면서 "아파트 단지 내에는 3년 전 설치된 CCTV가 전부다. 볼 수 없는 곳이 많고, 뒷골목이나 공원에는 사각지대가 많다. 조두순이 밖으로 몰래 나와서 빠져나갈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부는 2차 가해를 막기 위해 피해자 보호 방안도 내놨지만, 피해자 가족은 이미 안산을 떠나는 계획이 확정된 상황이다. 이사를 위한 모금을 진행한 한국폭력학대예방협회 관계자는 "이사가 확정된 것은 맞지만, 시기나 지역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A아파트 주민들 사이에서도 "떠날 수만 있으면 떠나고 싶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고 한다. 열살 딸을 키우는 이모(38)씨는 조금이라도 조씨에게 멀어지고 싶어 이사갈 집을 알아보고 싶지만 마음 먹은대로 되지 않아 울상이었다. "월세로라도 이사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아요. 그런데 아이 학교 적응 문제도 있고, 대출도 있고. 달리 방법이 없더라고요."

조두순 계기로 생긴 방범순찰대... 이제 조두순 감시한다

안산시 로보캅순찰대원들이 5일 오후 경기 안산의 한 거리를 순찰하고 있다. 이승엽 기자

안산을 떠날 수 없는 주민들은 '우리 동네'를 지키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애쓰고 있다. 5일 오후 1시쯤 안산시 로보캅순찰대 단원지대 사무실에 모인 30여명의 순찰대원들은 오후 순찰에 앞서 형광색 자켓을 맞춰 입은 채, 다 함께 구호를 외쳤다.

"안산시 어린이는 우리가 지키며 봉사를 통해 자부심과 긍지를 갖자. 안산 로보캅순찰대 화이팅!"

늘 외치는 구호지만 몇달 전부터 대원들의 눈빛이 변했다고 순찰대 창설 멤버 C(62)씨는 말했다. 11년 전 '나영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 동네는 우리가 지킨다"는 모토 아래 창설된 안산 로보캅순찰대는 이제 그 조두순을 실제로 마주하게 됐기 때문이다.

"나영이 사건 당시 저희 아이가 중학생, 초등학생이었어요. 그때 얼마나 불안하고 가슴이 뛰었는지. 그렇게 동네 언니들과 시작한 봉사가 벌써 10년이 넘었어요. 매일 4시간씩 동네를 도는데 가출한 아이들 집에 돌아갈 수 있게 도와주고 화장실 낙서도 지우고. 큰 범죄는 어쩌지 못하지만, 조두순이 오는데 저희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죠."

이날도 3인 1조로 구성된 순찰조는 안산 곳곳을 돌았다. A아파트도 순찰 코스 중 하나다. 안지웅 로보캅순찰대 단원지대장은 A아파트 주변을 돌며 "이 아파트죠. 조두순이 온다는 곳이"라고 낮게 읊조렸다.

"한 달 뒤에는 엄마 아빠가 나가 놀지 말래요"

지난 5일 오후 경기 안산시의 한 공원. 아이들이 타고 온 보드의 모습. 이승엽 기자

5일 오후 B공원에선 곧 초등학교 졸업을 앞둔 6학년생 2명이 아이돌 그룹 ITZY(있지)의 노래를 틀어놓고 춤 연습을 하고 있었다. 두 아이는 2008년 안산에서 태어났다. 이들이 태어난 해, 그 추운 겨울 안산의 한 교회 화장실에서 있어선 안 될 사건이 벌어졌다. 조씨 이야기를 꺼내자 쭈뼛대던 아이들은 정작 조씨 때문에 앞으로 이곳에서 못 놀게 됐다는 생각에 화가 났는지 속사포로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코로나라 이번주는 학교에 안 가요. 다음주엔 가요. 할 게 없어서 친구랑 춤 출려고 나왔어요. 조두순이요? 저는 몰랐는데, 이번에 뉴스에 나오고 부모님이 말씀해주셔서 알았어요. 엄청 나쁜 사람이라고." "요즘 엄마, 아빠가 엄청 걱정해요. 이제 밖에 나가서 놀지 말라고. 아마 내년에는 이렇게 못 놀 거예요, 그치?" "맞아. 그 사람, 왜 여기로 오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외국에 가서 살지. 싫어요, 진짜."

"저는 요즘 집밖에 나갈 때 창문을 다 잠가요. 문도 잘 잠겼는지 두 번 확인하구요. 부모님이 신신당부를 하셨거든요. 집에 오면 방문을 한 번씩 다 열어봐요. 혹시 누가 몰래 들어와서 숨어있을 수 있다고 엄마가 꼭 확인하라고 그랬거든요. 저희 집은 10층이지만 조두순은 충분히 그런 일쯤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이래요, 엄마가."

이승엽 기자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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