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글로벌 신차 'C-CUV' 파생모델 생산 계획 재검토
'강대강' 충돌로 노사 양측 피해만 커져
한국GM이 유동성 문제를 이유로 약 2,100억원 규모의 부평공장 투자 계획을 전면 보류했다. 노동조합의 계속된 파업으로 발생한 생산 차질이 북미 시장 수급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최근 임금단체협상에서 꺼내든 노조의 부분 파업 결정에 대한 사측의 대응 차원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업계에선 노사 간 '강대강' 갈등에 GM측이 한국 철수까지 고려한 '명분 쌓기' 행보란 우려도 나온다.
한국GM은 6일 입장문을 내고 차세대 글로벌 신제품 생산을 위해 예정돼 있던 부평공장 투자 관련한 비용 집행을 보류하고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GM은 지난달 22일 19차 임단협 교섭에서 부평1공장에 1억9,000만달러(약 2,150억원)를 투자하겠다는 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는 2018년 GM 본사 측에서 약속한 64억달러(약 7조원) 투자 이외에 준비됐던 내용이다. 부평1공장에서 생산 중인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뷰익 '앙코르GX가 해외 인기 차종으로 올라선 가운데 나온 추가 지원이다. 한국GM은 2,150억원을 투자해 2023년 창원공장에서 생산 예정인 차세대 모델 ‘C-CUV’의 파생차량을 부평공장에서 생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임단협 과정에서 사측과 입장 차이를 확인한 노조가 잔업ㆍ특근 거부까지 나서자 상황은 급변한 것으로 보인다. 노조측은 이미 지난달 30일과 이달 2일에 이어, 6일, 9일, 10일에도 부분파업을 강행했다. 이에 따른 생산 차질은 약 1만2,000여대로 추산된다.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공장 폐쇄로 입게 된 손실까지 감안하면 올해 생산 차질 규모는 약 7만2,000대에 달한다.
한국GM 관계자는 “올해 코로나19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한차례 겪은 상황에서 노조의 계속된 쟁의 행위로 생산 손실이 커지는 것을 감당할 수 없어 부평공장 투자 재검토에 나선 것”이라며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분야에서 수출경쟁력을 인정받아 어렵게 신규 투자를 유치한 것인데, 생산차질로 수출물량 수급에 차질이 발생하게 되면 GM 본사로부터 신뢰만 잃게 된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이번 투자 보류로 불거진 GM의 한국 철수 가능성에 있다. 최근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추가적인 생산차질이 발생할 경우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곳은 부평2공장이다. 현재 생산하는 말리부, 트랙스가 단종된 이후 배정이 계획된 신차가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GM 노조가 매년 파업하고 해를 넘겨 임단협을 마무리짓고 있지만, 정작 원하는 것을 얻지도 못하고 이미지만 나빠지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방법으로는 노사 양측이 서로 피해만 보기 때문에 어려울 때는 양보하고, 이익이 났을 때 더 큰 것을 요구하는 현명한 협상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사측은 최근 2021 임단협 21차 교섭에서 올해 임금을 동결하고 내년 기본급 2만2,000원 인상과 올해 및 내년 성과급ㆍ격려금 등의 명목으로 총 700만원 지급 대안을 제시했다. 반면 노조는 기본급 월 12만304원 인상과 통상임금의 400%에 600만원을 더한 성과급(평균 2,000만원 이상) 지급, 부평2공장 신차 배정 등을 고집하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