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승리 유력, 국내 기업 업종별 기상도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미국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자, 재계에선 일단 안도하는 모습이다. 극심한 정책 변화 가능성이 줄어들 것이란 기대에서다. 지난 4년 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적인 정책 집행으로 경영 전략 수립에 고전해왔던 재계 입장에선 부담은 줄어들 수 있다. 다만, 업종별 기상도에선 엇갈리는 기류도 감지된다.
일단 전기차와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기업들은 바이든 후보의 선전을 반기는 분위기다. 바이든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파리기후협약 재가입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 달성 △2035년까지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에 약 2조 달러(2,260조원) 투입 등 친환경 정책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미국 자동차 산업의 주류가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나 수소전기차로 빠르게 재편될 것이란 분석이다. 현대·기아차는 이런 흐름에 맞춰 차세대 전기차 3종, 수소전기트럭을 차례로 출시, 미국 친환경차 시장에서 테슬라 독주를 견제한다는 방침이다.
전기차와 연관된 배터리 산업도 수혜가 예상된다. 전기차가 대중화될 수록 한국이 주도권을 쥔 배터리 업계엔 긍정적일 수 밖에 없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대표 전기차 기업인 테슬라가 중국과 유럽으로 간 이유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 때 미국은 전기차 사업에 정책적 장점이 거의 없었다"며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K배터리 산업에는 큰 호재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석유화학이나 철강 등 우리 주력 수출 산업의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바이든 후보는 보호무역과 중국 견제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은 데다, 친환경을 강조해 온 만큼 탄소 배출이나 연비 등에 대한 규제도 강화할 것으로 보여서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대선에서 '러스트 벨트(낙후된 공업지대)'의 지지를 얻은 바이든 후보가 자국 산업, 노동자 보호를 위한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높아 우리 기업들에는 부담일 것"이라면서도 "우리 업체들이 전기차, 수소전기차 등에 대한 강점이 있는 만큼 친환경차 시장은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업계의 경우엔 미국 차기 정부의 영향을 제한적으로 보고 있다.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압박 정책은 쉽게 변하지 않겠지만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처럼 전 세계 모든 반도체 업체의 중국 수출을 통제하는 극단적 조치는 강행하지 않을 것이란 진단에서다.
이 가운데 바이든 후보의 새로운 조세 정책은 국내 산업계엔 '뜨거운 감자'로 부각될 조짐이다. 법인세율을 21%에서 28%로, 개인소득세 최고세율을 37%에서 39.6%로 인상하겠다는 바이든 후보의 증세 방침은 이미 공개된 상태다. 개인소득세가 오르면 소비자들의 가처분소득이 줄어들면서 TV와 가전, 스마트폰 등 소비재 판매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아울러 법인세 인상은 미국에 생산 시설을 둔 자동차, 배터리, 가전 업체들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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