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4년 더' 외침은 이제 공허한 메아리가 될 것 같다. 하지만 2020년 대선에서 이만하면 꽤 선방했다는 평가가 많다. 보건ㆍ경제 쌍끌이 악재에도 지지층의 표심을 교묘히 파고드는 특유의 직설적 화법이 높은 지지율로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대신 미국사회 갈등의 골은 그만큼 깊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대선 성적표를 두고 대체로 예상보다 선전했다는 게 중론이다. 그간의 여론조사 추이로 볼 때 바이든 당선인의 대승이 점쳐졌던 게 사실이지만 그는 경합주를 비롯해 거의 대등하게 싸웠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투표함을 열자마자 남부 최대 격전지 플로리다주(州)를 삼키더니 펜실베이니아를 비롯한 북동부 경합주 '러스트 벨트(쇠락한 북동부 공업지대)' 곳곳에서도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흔들리는 경제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은 트럼프 대통령이 저력을 보인 핵심 이유로 꼽힌다. 대선 당일인 3일 CNN방송이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유권자들은 지지 후보를 결정하는 데 가장 영향을 끼친 사안으로 경제(35%)를 꼽았다. 특히 4년 전보다 가계 재정 상황이 나아졌다는 응답률은 41%로, 나빠졌다는 응답률(20%)보다 두 배나 많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여파로 경기침체가 가중되고 있어도 그간 세금 인하, 규제 철폐 등을 내세워 민심을 달랜 트럼프 대통령을 신뢰하는 유권자가 적지 않았다는 뜻이다.
지속적으로 '법ㆍ질서' 회복 프레임을 들고 나온 전략도 먹혀 들었다. 앞서 5월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계기로 반(反)인종차별 시위가 격화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대의 폭력성을 부각하며 보수 유권자들을 자극했다. 특히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격전지에서 이런 메시지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NYT는 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플로리다 승리 배경과 관련, "마이애미에서 사회주의 반대와 법ㆍ질서를 강조한 트럼프의 유세 발언이 쿠바계 미국인들에게 큰 울림을 줬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고용지표 악화로 계속 줄어드는 일자리를 두고 외국인과 경쟁해야 하는 미국인들이 이민 규제를 강화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표를 몰아줬다는 시각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약진은 거꾸로 미국 사회의 분열상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에드워드 루스 미국담당 수석 해설가는 "선거는 차이를 해소하는 의미가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나 바이든 당선인 중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더라도 유권자 절반은 자신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국가를 물려받게 될 것"이라고 혹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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