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의 여파로 어려움을 겪던 우리나라 수출이 각국의 경제 재개 움직임에 힘입어 살아나면서 9월 경상수지가 24개월만에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수입액도 같이 늘면서,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감소해 발생하는 이른바 ‘불황형 흑자’ 흐름도 벗어났다. 올해 경상흑자는 코로나19 충격이 없던 지난해 수준까지 따라잡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20년 9월 국제수지’에 따르면, 9월 경상수지는 102억1,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하면 24억5,000만달러 늘었으며, 지난 2018년 9월에 기록한 112억4,000만달러 이후 최대 흑자폭이다.
이처럼 큰 흑자폭은 앞서 9월 통관기준 무역수지가 87억달러 흑자로 집계되면서 어느 정도 예상된 바다.
특히 상품수지 흑자가 120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반도체 등 기존에 수출이 잘 됐던 상품뿐 아니라 부진했던 자동차 수출마저 회복하면서 수출액이 498억5,000만달러까지 이르렀다. 수입액도 원자재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제조장비나 승용차 등의 수입이 증가하면서 378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서비스수지는 20억4,000만달러 적자로, 적자폭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2억2,000만달러 줄었다. 해외여행이 급감했을 뿐 아니라 해상ㆍ항공화물 운송 수입이 늘었기 때문이다.
배당ㆍ이자 등을 의미하는 본원소득수지는 흑자폭이 9억3,000만달러 축소된 6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해외 경제상황이 나빠지면서 현지법인의 배당수입이 줄어든 반면, 국내 외국인 투자 정보기술(IT)기업의 배당지급이 늘어난 결과다.
9월의 대규모 흑자 효과로 인해 올해 1~9월 누적 경상흑자도 434억달러를 기록했다. 한은이 전망한 연간 540억달러 흑자의 80%를 이미 달성한 셈이다.
10월 통관 기준 무역수지가 9월보다는 감소했지만 여전히 59억8,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고, 통상 통관 기준 무역수지보다 한은이 집계하는 상품수지가 좀 더 높게 나타나기 때문에 큰 충격이 없는 한 연간 흑자 전망치는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10월 수출액이 전달보다 줄기는 했지만 일일 평균 기준으로는 개선세를 보였다”며 “이 같은 흐름이 계속된다면 연간 경상수지 540억달러를 상당폭 상회하고 지난해 흑자폭인 600억달러에도 근접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다만 코로나19 재확산과 미국 대선 결과의 불확실성 등 하방 위험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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