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미주리 하원서 첫 흑인여성 탄생
상원은 공화가 와이오밍에서 새 길 터
미국에서 여성 참정권 획득 100주년을 기념하듯 철옹성 같던 정치 유리천장에 금이 가고 있다. 3일(현지시간) 대선과 함께 치러진 상ㆍ하원 선거에 미 선거 역사상 가장 많은 여성 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졌고, 또 많은 여성 의원 탄생이 확실시 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4일 2020년 미 상ㆍ하원 선거에 도전한 여성 후보가 318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2년 전 중간선거 규모(257명)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연방의원 선거에 나선 유색인종 여성 수(117명)도 가장 많다. 미 여성정치센터(CAWP)에 따르면 현재 상ㆍ하원 535석 중 당선이 확실한 여성의원 수는 최고치를 보였던 2018년 선거(127명) 때와 같다. 이 중 유색인종 여성은 47명이다. 여성이 50.5%, 유색인종 여성이 18%를 차지하는 미 전체 인구 구성비를 고려하면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도전자가 늘어난 점은 고무적이다.
첫 의회 입성 소식도 속속 전해지고 있다. 중서부 미주리주(州)에서는 민주당 코리 부시 후보가 79%의 압도적 지지율로 지역 내 첫 흑인 여성의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간호사이자 흑인 인권운동 활동가인 그는 앞서 8월 10선의 정치 거물 윌리엄 레이시 클레이 의원을 꺾고 당 후보로 선출돼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뉴멕시코주에서도 민주당 테레사 레저 페르난데스 후보가 지역구 첫 여성 하원의원이 됐다. 두 사람은 환경 정책 및 건강보험법 개혁을 공약으로 내걸고 유권자들을 공략했다.
2년 전 최연소(29세) 연방 하원의원이 된 이후 미 진보정치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민주당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역시 이날 68.8%의 넉넉한 득표율로 재선을 확정지었다. 그와 민주당 ‘진보 여성 초선의원 4인방’으로 불리는 일한 오마르(미네소타)ㆍ아야나 프레슬리(메사추세츠)ㆍ라시다 틀라입(미시간) 의원도 모두 재선에 성공했다. 가디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빈번한 인종차별과 조롱을 견뎌 온 이들은 워싱턴에서 더 이상 새로운 얼굴이 아니다”라며 “다시 야심 찬 기후위기 방지법, 총기 규제, 이민법 개정 등 진보적 움직임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도 “재선에 성공하며 정치적 입지를 확고히 한 오카시오코르테즈는 향후 상원의원, 뉴욕시장뿐 아니라 부통령 등 내각에 발탁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그의 비중을 높게 평가했다.
하원과 달리 상원은 여성 공화당원들이 새 길을 텄다. NYT는 “공화당의 결정적 승리는 여성이 이끌었다”며 “상ㆍ하원을 합쳐 이번 선거를 통해 공화당 소속 여성 의원 수가 두 배 이상 늘었다"고 전했다. 신시아 루미스 후보는 와이오밍 첫 여성 상원의원으로 당선됐으며, 미 역사상 가장 비싼 대결로 불렸던 아이오와 상원 선거에서는 조니 에른스트 의원이 재선에 성공했다. 그 역시 아이오와를 대표하는 최초의 여성 상원의원이었다. 신문은 “미 전역에서 여성 정치 기대주를 선발하기 위해 수년간 막대한 돈과 공력을 쏟은 민주당에 비해 공화당의 여성 참여율은 여전히 크게 뒤쳐져 있다”면서도 “성(性) 격차를 메우려는 최근 2년간의 노력이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CAWP도 “올해 공화당 여성이 이룬 성과는 단순하게 설명된다. 여성 후보를 많이 내면 여성 공직자 수도 증가한다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올해 공화당 하원 여성 후보는 94명으로 2018년 선거와 비교해 81% 증가했다.
물론 아쉽게 고배를 마신 이들도 있다. 공화당 아성인 남부 테네시에서 최초의 흑인 여성 후보로 도전한 마르퀴타 브래드쇼 민주당 후보는 패했다. 칸데이스 발렌수엘라 민주당 후보 역시 의회에 진출하는 첫 라틴계 흑인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텍사스에서 공화당 후보의 지지율(48.8%)에 1.3% 뒤진 47.5%을 기록하며 자리를 내줬다. 지역 주간지 댈러스 옵저버는 “이번 선거에서 더 많은 다양성의 기회를 봤으나 (민주당의) ‘파란 텍사스’는 꿈으로만 남게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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