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길에서 만나 인생 여행을 함께 하는 부부, 한국인 아내 강미승과 프랑스인 남편 가이야드 엘베가 ‘여행자의 방(La Piece des Voyageurs)’이라는 주제로 이색 전시회를 연다. 이달 30일까지 제주 애월읍 이니갤러리(유수암서길 117)에서 열린다. 부부가 지금까지 함께 여행한 거리는 약 35만1,989km, 지구 아홉 바퀴에 가깝다.
이번 전시는 코로나19가 부부에게 준 선물이다. 약 1년간 중동과 남태평양, 남미를 돌아 제주 자택으로 귀환한 게 지난 5월, 코로나는 부부에게 지난 여행을 돌아보고, 다시 새로운 여행을 꿈꿀 시간을 안겨주었다. 여행작가로 활동 중인 강미승씨는 ‘엄밀히 말하면 무늬만 전시’라고 말한다. 여행지에서 만난 이미지와 단상을 ‘그냥 벌여 놓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여행은 삶의 일부이자 과정이며, 예술 역시 생활 속에 있다는 둘의 철학을 담았다고 했다. 친구 집에 놀러 가듯 스스럼없이 들러도 좋은 곳이라는 얘기다.
전시 공간은 방을 옮길 때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집처럼 구성했다. 일러스트 세계 지도가 걸린 다이닝 코너에서 시작해, 여행했던 나라의 국기로 치장한 60리터 배낭과 전통의상 및 소품을 전시한 스타일링 코너, 스톤아트마그넷(그림을 입히고 자석을 덧댄 조약돌)으로 냉장고를 장식한 키친 코너, 여행 노트와 여행기를 펼쳐놓은 작업실 코너, 그리고 둘의 좌충우돌 여행기를 담은 영상관으로 이어진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스톤아트. 남미에서 귀국해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간 강씨는 뒷마당에서 주운 돌에 심심풀이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작품으로 변신한 조약돌은 액자와 자석 등과 결합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생활 소품으로 재탄생했다. 조약돌 그림은 하나하나가 코로나 시대에 억눌려 있는 여행의 욕망을 자극한다. 체 게바라와 올드카 그림에서 자연스럽게 쿠바 여행을 꿈꾸고, 남미 지도를 훑어내리다 보면 어느새 파타고니아 정상에 서 있는 자신을 떠올린다. 스톤아트는 판매도 하고 주문 제작도 받는다. 부부의 세계 여행 이야기는 한국일보에 격주로 연재 중인 ‘뿌리다와 탕탕의 지금은 여행 중’에서 자세히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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