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 귀순’ 北 주민 철조망 넘을 때 ‘센서’도 안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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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 귀순’ 北 주민 철조망 넘을 때 ‘센서’도 안 울렸다

입력
2020.11.0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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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강원 동부전선에서 신원미상의 움직임이 포착돼 육군 군용차량들이 작전수행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3일 밤 강원 동부전선에서 철조망을 넘어 월남한 북한 남성 A씨가 14시간 만인 4일 오전 군 당국에 붙잡혔다. 군은 2일부터 군사분계선(MDL) 북측 지역에서 배회하는 A씨를 포착했지만, 그가 2㎞ 이남에 위치한 GOP(일반전초) 철책을 넘는 것을 막지 못했다. A씨가 철조망을 넘을 때 울려야 할 ‘감지 센서’도 전혀 울리지 않았다. 군 경계태세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북한 주민이 우리 군의 감시망을 뚫고 철조망을 넘어 월남을 시도한 일은 2012년 이른바 ‘노크 귀순’ 사건 이후 8년 만이다.

합동참모본부는 4일 “3일 오후 7시 25분쯤 미상 인원 1명이 GOP 철책을 넘는 것을 포착, 정보감시형태를 격상하고 병력을 투입해 수색작전에 나섰다”며 “4일 오전 9시 50분쯤 신병을 안전하게 확보했다”고 밝혔다. 월남한 북한 주민 A씨는 민간인 남성으로, 군 당국에 붙잡힐 당시 귀순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A씨가 월남 당시 군복을 입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다’는 질문에 “현재 관계기관에서 조사 중이라 확인이 제한된다”며 “북한 주민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군과 국가정보원은 A씨의 정확한 신분과 월남 경위 등을 조사 중이다.

A씨가 우리 군 감시장비에 처음 포착된 시점은 2일 오후 10시 14분쯤이었다. 우리 측 GP(전방초소) 열상감시장비(TOD)로 미상 인원이 군사분계선 일대를 배회하는 것을 10시 14분(3초간), 10시 22분(30초간) 2회 포착, 정보감시형태를 격상하고 병력을 투입해 수색 작전에 나섰다. 그러나 야간이라 추가 관측이 불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A씨가 3일 오후 7시 25분쯤 GOP 철책을 넘는 모습이 감시 장비에 포착됐다. 이에 군 당국은 대침투경계령을 ‘진돗개 하나’(평시에는 진돗개 셋)로 격상했다. GOP는 군사분계선에서 2㎞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A씨가 2일 밤 군사분계선 남측 지역으로 넘어와 이틀 밤을 지새고 철책을 넘은 이른바 ‘숙박 귀순’을 시도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A씨가 이중으로 된 철책을 넘을 당시 울려야 할 ‘감지 센서’는 울리지 않았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과학화 경계시스템’이 무용지물이었던 셈이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동부전선은 수풀이 우거진 곳으로 감시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며 “철책을 넘은 것을 확인하고 병력을 즉각 투입했지만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군 당국이 A씨 신병을 확보한 지점은 GOP에서 남측으로 1.5㎞ 떨어진 민간인통제구역 북쪽의 산악지역으로 민가 주변은 아니었다. 군 관계자는 이번 경계 실패가 ‘9ㆍ19 군사합의로 GP를 철수한 것과 관련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번 지역은 GP가 철수되지 않고 보존된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2018년 1월 군사분계선을 넘어 귀순한 북한군은 GP가 철거된 지역을 통과해 남측으로 넘어왔다.

하지만 군 당국이 병력과 과학화 장비를 총동원하고도 A씨 신병을 14시간 후에나 확보하면서 군의 경계태세가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번 사건이 벌어진 곳은 2012년 ‘노크 귀순’ 사건이 벌어진 사단과 같다. 노크 귀순은 2012년 10월 북한군 병사 1명이 비무장지대(DMZ)를 넘고 우리 측 GOP 생활관 창문을 두드려 귀순 의사를 밝혔던 사건으로 대표적 군의 경계작전 실패로 꼽힌다. 다만 군 관계자는 "월책을 인지하지 못했던 노크귀순 때와 (단계적 조치를 한) 이번 사건은 다르다"며 경계작전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지난 7월에는 인천 강화도 일대에서 탈북민의 ‘헤엄 월북’이, 지난해 7월에는 북한군이 중부전선 임진강을 통해 귀순한 사건이 있었다.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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