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축전 및 당선인 통화 신중?
강경화 방미·유명희 WTO 선거전에도 영향
3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대선이 대혼전 양상을 보이자 청와대와 정부의 표정도 복잡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중 누가 당선되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자칫 선거 결과 불복 등으로 논란이 장기화하면 대미 외교와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는 점을 걱정하는 모습이다.
4일 대선 개표 상황을 지켜본 외교 안보 부처 관계자들은 선거 승패에 대해 "당장 결 과가 나오기 어렵다. 끝까지 지켜볼 수 밖에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핵심 경합주의 우편투표 개표 결과까지 모두 봐야 승패의 윤곽이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들이 특히 촉각을 곤두 세우는 것은 '누가 당선되느냐' 보다는 '언제 승패가 결정되느냐'다. 선거 결과가 확정되면 그간 준비해온 방안에 따라 대응할 수 있지만, 양측이 승패를 인정하지 않고 우편투표 등을 둘러싸고 법적 소송을 벌일 경우 우리 정부가 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청와대로선 미 차기 대통령 당선인에게 축전을 보내고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 일정도 잡아야 한다. 하지만 최종 개표 결과 바이든 후보가 이기고 트럼프 대통령이 불복 선언을 하면 청와대가 바이든 후보 측에 축전이나 통화를 하기가 곤란해질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축전이나 통화 준비를 하고 있지만, 서두를 일은 아니다"며 신중한 반응을 반응을 보였다.
이달 예정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방미도 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강 장관은 이르면 내주 워싱턴을 찾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과 회담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시 트럼프 행정부 2기 시작점에서 공고한 한미동맹을 확인할 수 있고, 바이든 당선 시에는 바이든 측과 물밑 접촉을 시도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 승패 논란이 이어질 경우 강 장관으로선 가시 방석에 앉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결선에 진출해 있는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장의 입장도 허공에 뜬 상태다. 유 본부장은 경쟁자인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 이웰라 후보와의 경쟁에서 득표에선 밀렸지만, 미국의 지지로 컨센서스(회원국 합의) 막판 뒤집기를 시도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 시 유 후보에게 다소 힘이 실릴 수 있는 반면 바이든 후보가 이길 경우 후보직 사퇴를 택할 것이란 관측도 흘러나온다. 미 대선 결과가 늦게 나올 수록 유 본부장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골치 아픈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미국 대선 결과를 둘러싼 논란이 장기화할 경우 북한이 어떻게 나올 지도 불분명하다. 다. 미국의 리더십이 실종된 힘의 공백 상태에서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도 커질 수 밖에 없다. 취임 100일을 맞아 이날 판문점을 방문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미 대선이 정세의 시작일 것"이라고 의미를 두면서도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기다려보자"며 신중한 기색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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