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재 부착 작업 중 바닥에 부딪혀 사망.”
“석회석 채굴 작업 중 급류에 휩쓸려 사망.”
“엘리베이터 피트에서 떨어져 사망.”
“외벽 하자 보수 작업 중 구조물에 맞아 사망.”
“지붕 수리 작업 중 추락 사망.”
끝없이 쏟아지는 ‘사망의 이유’가 회의장을 공명했다. 4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거론된 최근 산재 사례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사연을 되뇌던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는 준비한 목록을 차마 다 읽지 못한 채 울컥하며 질의를 멈췄다. 국감장에는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강 원내대표는 이날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을 향해 “고 김용균 사망 사고 진상 조사 결과 종합보고서가 나왔는데, 지금 이 순간에도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있다”며 포문을 열었다.
이어 국회가 이번 국감을 하는 동안 숨진 노동자들의 사망 이유를 읽어 나갔다. △수직 철근에 맞아 사망 △축사 강판 덧붙이기 작업 중 떨어져 사망 △비계 작업 발판에서 작업 중 사망 △지붕에서 빗물받이 철거작업 중 사망 △거푸집 해체 작업 중 떨어짐 △옥상방수공사 우레탄 작업 중 추락 사망 등.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가던 강 원내대표는 차마 계속 읽기 어렵다는 듯 잠시 질의를 멈춘 뒤 “노동자 70여명의 사망 이유를 가져왔는데 20명도 읽지 못했다”며 “이들의 죽음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이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청와대가) 김용균 보고서를 내놓고 이행 점검을 하겠다고 하고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또 노동자가 숨졌다”며 “산재를 절반으로 줄이겠다, 노동자들이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은 어디로 갔느냐”고 했다.
노 비서실장은 “정부는 교통사고, 산재 사망, 자살 등 3대 사망 사고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국정 과제로 삼아 노력해왔다”며 “중요 국정 과제로 여기고 노력을 더 기울이겠다”고 답했다.
강 원내대표는 “노동자가 죽어도 책임자가 구속되지도 않고, 한 사람의 목숨 값이 500만원도 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법률로 노동자 사망 막을 수 없는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의당은 당론이자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6명의 현역 의원들이 번갈아 국회 본청 로텐더홀 1인 시위도 하고 있다. 법안은 노동자 사망 등 중대한 인명 피해를 초래한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위험 방지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를 처벌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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