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대원수 김정은

입력
2020.11.04 18:00
26면
0 0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조선중앙TV는 1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경남도 신포시와 홍원군을 비롯한 동해지구 자연재해 복구 건설장들을 돌아보며 건설사업을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TV 캡처·뉴시스

조선중앙TV는 1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경남도 신포시와 홍원군을 비롯한 동해지구 자연재해 복구 건설장들을 돌아보며 건설사업을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TV 캡처·뉴시스

북한군 장성의 계급은 대원수를 정점으로 공화국 원수, 인민군 원수, 차수, 대장(한국군으로 치면 대장), 상장(중장), 중장(소장), 소장(준장) 순이다. ‘원수’가 들어간 계급이 3개나 된다. 이중 대원수와 공화국 원수는 백두혈통이 아니면 얻을 수 없는 칭호다. 공화국 원수였던 김일성은 1992년 80세 생일을 맞아 대원수 계급을 부여받았고, 같은 해 공화국 원수를 물려 받은 김정일은 사망 직후인 2012년 대원수에 추서됐다. 이때 대장이었던 김정은도 29세 나이에 차수와 인민군 원수를 건너뛰고 단숨에 공화국 원수로 올라섰다.

□대원수는 보통 기념비적인 전쟁 영웅이나 국부급에게 주는 계급이다. 명예의 의미가 더 크다. 구소련 시절 스탈린이 대원수 칭호를 사용했고, 미국은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1차대전 총사령관 존 조지프 퍼싱, 스페인전쟁을 이끈 해군 제독 조지 듀이가 별 6개짜리 대원수다. 이중 워싱턴은 사후에 링컨 대통령이 육군 대장으로, 그랜트 대통령이 원수로, 포드 대통령이 대원수로 추서한 경우다. 프랑스는 장군이 별 2개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대원수는 무려 7성 장군이다.

□우리나라는 최고 계급이 원수다. 군인사법은 원수는 국가에 대한 공적이 현저한 대장 중에서 임명하며 국회의 동의까지 받도록 해놓았다. 하지만 아직 원수로 임명된 이는 없다. 올해 6ㆍ25전쟁 70주년을 맞아 백선엽 예비역 대장의 명예원수 추대가 검토됐으나 친일 논란으로 무산됐다. 역사적으로는 고종이 대한제국 시절인 1899년 원수부에 모든 군령권을 귀속시키고 스스로 대원수에 올랐다.

□3일 국가정보원 국정감사에서 김정은이 내년 1월 열리는 8차 노동당대회에서 대원수급으로 자신의 지위를 격상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보고됐다. 세습체제의 공고화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아버지가 사후에 추서된 것에 비하면 시기가 빠른 감이 있다. 또 대북제재로 인한 경제난과 코로나ㆍ수해의 겹악재가 겹치면서 성과라고 내세울 만한 게 없는데 셀프 승진을 하는 셈이다. 스스로 대원수로 칭하며 제국의 비상을 꿈꿨던 구한말 고종의 ‘우물 속 개구리’ 행보와 다를 게 없다.


김영화 논설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