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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하면 승복해야지!" 홍남기 '사표 소동' 질책한 정세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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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하면 승복해야지!" 홍남기 '사표 소동' 질책한 정세균

입력
2020.11.04 19: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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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무총리가 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2021년도 예산안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정세균 국무총리가 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2021년도 예산안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1


"당정 협의에서는 열린 자세로 충분히 의논해야 한다. 단, 합의가 이뤄지면 승복하고, (정책의) 성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 올바른 (공직자의) 태도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전날 사의 표명으로 인한 논란을 이렇게 정리했다. 홍 부총리는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내려야 한다'는 기재부 입장이 여당 반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에 대해 책임을 진다며 문 대통령에게 사표를 냈다. 문 대통령은 즉각 반려했다. 홍 부총리가 문 대통령의 재신임을 받고도 3일 국회에서 사의 표명 사실을 굳이 공개해 당정 갈등설로 번졌다.

정 총리는 "당정 협의는 여당과 정부가 주요한 사안에 대해 '같음'을 확인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서로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조율하고 단일안을 만드는 것이 당정 협의의 기능"이라고 말했다. '당정 협의에 임하는 공직자의 바람직한 자세'를 새삼 일러 주는 것으로 홍 부총리의 돌출 행보를 질타한 것이다.

정 총리는 여당과 정부, 청와대가 토론을 거쳐 도출한 결론에 승복하지 않는 홍 부총리의 행동을 못마땅해 했다고 한다.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말이 거칠지는 않았지만 내각을 통할하는 총리로서 홍 부총리를 질책한 것"이라고 말했다. 직설적 비판을 좀처럼 하지 않는 정 총리 화법을 고려하면, 상당한 분노가 담긴 발언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총리실 관계자는 "정 총리가 작심 발언을 한 것"이라고 전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2021년도 예산안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2021년도 예산안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홍 부총리의 사의 표명을 '다분히 정치적'이라고 보는 시각이 총리실엔 있다. 4일 정 총리와 함께 예결위에 참석한 홍 부총리는 "진심이 담긴 사의 표명이었다. 인사권자(문 대통령) 뜻에 따라 직무 수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수습 발언을 했다. 그 직후 정 총리가 홍 부총리를 질타한 것은 '노여움'이 그 만큼 크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정 총리의 홍 부총리 질책이 처음은 아니다. 올해 4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두고 기재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입장을 좁히지 못할 때도 정 총리는 홍 부총리를 불러 "당정 이견을 오래 끌어선 안 된다"고 주의를 줬다. 민주당 요구 대로 '전국민 지원'으로 당정이 합의를 봤지만, 기재부는 "여당과 정 총리가 합의한 것일 뿐, 기재부는 모르는 일"이라며 항명했다. 당시 정 총리는 '뒷말 자제'를 기재부에 경고했다. '조직 관리를 잘 하라'는, 홍 부총리를 향한 비판이기도 했다.

이런 '악연 아닌 악연'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공교롭다"는 반응도 나온다. 정 총리는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대권을 놓고 경쟁하는 관계인데, 홍 부총리는 이 대표의 최측근이다. 홍 부총리는 이 대표의 총리 시절 초대 국무조정실장이었다.

신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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