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시간) 치러진 2020년 미국 대선의 승자가 펜실베이니아주(州)에서 가려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경합주에서 잇따라 승전보를 올리며 접전으로 끌고 가면서 선거인단 20명이 걸린 펜실베이니아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선거일 사흘 후까지 도착한 우편투표를 인정하는 만큼 트럼프 우세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한국시간 4일 오후 7시 현재 펜실베이니아 개표가 74% 진행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55.7%를 득표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43.0%)를 넉넉히 앞서고 있다. 격차는 68만표 가량이다. 개표 진행 정도와 표 차이, 톰 울프 주지사가 트윗으로 "(우편투표가) 100만장 정도 남아 있다"고 한 점 등으로 미뤄볼 때 바이든 후보가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기가 쉽지만은 않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그렇다고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를 속단하는 것도 무리다. 펜실베이니아는 다른 주들과 달리 선거일 현장투표 종료 후 우편투표 개표를 시작한데다, 6일까지 도착한 우편투표도 당일 우편소인이 찍혀 있으면 모두 집계에 포함하기 때문이다. 기록적인 사전투표 열기와 함께 민주당 지지층의 참여가 훨씬 많았던 점을 감안하면 미집계 우편투표가 더해질 경우 무게추가 바이든 후보 쪽으로 기울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실제 워싱턴포스트(WP)는 "우편투표 250만건 중 160만건 이상이 바이든을 찍었다"고 전했다.
이런 사실을 잘 아는 두 후보도 개표가 진행되는 와중에 펜실베이니아를 놓고 치열한 기싸움을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승리를 선언하며 "가장 중요한 점은 우리는 굉장히 큰 격차로 펜실베이니아를 이기고 있다는 것"이라며 "엄청난 차이로 앞서고 있어 (민주당이) 극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이든 후보 역시 델라웨어주 윌밍턴 체이스센터에서 승리를 암시하는 연설을 하면서 "표를 세는 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모든 투표가 반영되면 펜실베니아에서도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편투표를 합치면 반드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이 지역은 2016년을 제외하고 6회 연속 민주당의 손을 들어줬다.
만약 바이든 후보가 승리할 경우 법적 분쟁은 예견된 것이나 다름 없다. 이미 소송이 진행 중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날 공화당은 펜실베이니아주 몽고메리카운티를 상대로 불법 조기 개표 및 재투표 의혹을 제기하면서 문제가 되는 표들을 무효화해 달라고 필라델피아 연방지방법원에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 또 이날 오전 폭스뉴스에 출연해 선거일 후 우편투표 도착분을 유효표로 인정한 연방대법원의 결정을 "매우 위험하다"고 비판하며 "펜실베이니아의 개표 방식에 대해 변호사와 상의하겠다"고 밝혔다. 소송 불사를 공언한 셈이다.
소동은 정치권을 넘어 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디어 분석업체 ‘지그널 랩스는 “전국으로 퍼진 우편투표 관련 가짜뉴스 홍수 속에서도 타격은 대부분 펜실베이니아에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9월부터 온ㆍ오프라인에 퍼진 각종 거짓 정보 110만건 중 22만7,907건이 펜실베이니아와 연계된 내용이었다고 한다. 2위 오하이오주(8만9,996건)의 두 배를 훌쩍 넘는 규모다.
장채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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