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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 유리천장 깨부순 '최초' 신화... 2인자 해리스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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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 유리천장 깨부순 '최초' 신화... 2인자 해리스는 누구

입력
2020.11.08 03:0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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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최초 흑인 여성 부통령... 분열된 사회통합 과제
당 대선 경선에서 인종차별 문제 꺼내 바이든 저격
"고령 바이든 행정부, 차기 대선 후보 낙점될 수도"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당선인이 2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유세 연설을 하고 있다. 필라델피아=AP 연합뉴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당선인이 2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유세 연설을 하고 있다. 필라델피아=AP 연합뉴스

'여성, 흑인, 이민자 그리고 부통령.'

물리적 차별과 심리적 장벽을 뚫고 미국이 새로운 역사를 썼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의 탄생은 '최초 신화'라는 개인의 성취를 넘어 소수자와 다양성을 존중하는 미국의 지향점을 여실히 드러낸 승리다. 성, 인종, 태생보다 능력과 가치를 알아주는 세상을 향해 미국은 한 발짝 더 내딛었다.

해리스 당선인은 미국 헌정사 첫 '흑인 여성' 부통령이다. 아버지는 자메이카, 어머니는 인도 출신이다. 한 개도 버거운 견고한 차별의 벽들을 그는 모두 부쉈다. 그 어느 때보다 분열과 반목이 짓누르는 미국 사회에서 해리스 당선인의 역할이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그의 가족사와 정치경력을 감안하면 "자리에 앉아 불평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유리천장 깨부순 '여자 오바마'

"그의 이름은 캐멀라가 아니고, 커말라도 아니며, 카멜라도 아닙니다." 해리스 당선인은 상원의원 출마 당시 자신의 이름을 어떻게 발음하는지 알리기 위해 동영상을 제작했다. 공화당 진영에서 일부러 그의 이름을 엉뚱하게 발음해 웃음거리로 만들거나, 심지어 뉴스 앵커들도 그의 이름을 틀리게 발음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름에 얽힌 일화는 그가 평생 맞서 싸운 차별의 작은 사례일 뿐이다. 그는 늘 차별에 주눅들지 않았다. 유방암 연구에 매진한 어머니의 가르침이 푯대였다. "자리에 앉아서 불평만 하지 말고 무언가를 해라."

어린 시절 카멀라 해리스(오른쪽) 부통령 당선인과 어머니 샤말라 고팔란의 모습. 해리스 부통령 인스타그램 캡처

어린 시절 카멀라 해리스(오른쪽) 부통령 당선인과 어머니 샤말라 고팔란의 모습. 해리스 부통령 인스타그램 캡처

덕분에 그는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살았다. 캘리포니아 법대를 졸업한 뒤 앨러미다 카운티 지방 검사실에서 경력을 시작한 그는 2004년 흑인 여성으로는 첫 샌프란시스코 검사장이 됐다. 직책만 최초가 아니라 마약 범죄자에게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고 취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처음' 만들었다. 당시 상원의원직에 출마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우정을 쌓았다.

2011년엔 흑인이자 여성으로서 '최초'로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에 올랐다. 두 번의 임기 동안 그가 역점을 둔 건 취약 계층 보호였다. 2015년 형사판결 공개 데이터베이스인 '오픈저스티스'를 구축해 시민들의 알 권리를 '최초'로 시스템화한 법무장관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정치계 유리천장도 깼다. 그는 2017년 '최초'의 아시아계 여성 상원의원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캘리포니아주 민주당 상원의원에 당선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국토안보 및 정부업무위원회, 법사위원회, 예산위원회 등에서 활동하며 입지를 다졌다.

그의 진가를 먼저 알아본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그는 해리스 당선인이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에 도전했을 때 선거캠프에 기부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앙숙에서 든든한 조력자로... 바이든의 선택

"겁없는 전사이자 최고의 공직자."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8월 러닝메이트로 해리스 부통령을 지명하며 한 말이다. 유색인종이자 여성으로서 많은 난관을 뚫고 스스로 개척해 쌓아올린 업적을 존중한 표현이었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이 8월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지지자들에게 마주잡은 손을 치켜올려 보이고 있다. 윌밍턴=AP 뉴시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이 8월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지지자들에게 마주잡은 손을 치켜올려 보이고 있다. 윌밍턴=AP 뉴시스

해리스 당선인은 "평생 우리를 위해 싸워왔기 때문에 국민들을 통합시킬 수 있는 바이든을 우리의 최고사령관으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일을 하겠다"고 화답했다. 백인이자 70대 고령인 바이든 후보자에게 흑인은 물론 소수계층, 여성을 끌어안을 수 있는 해리스 당선인은 꼭 필요한 존재였다.

둘 사이가 처음부터 좋았던 건 아니다. 지난해 6월 민주당 대선경선 1차 TV토론에서 해리스 당선인은 인종 차별 문제로 바이든 당선인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1970년대 공화당이 '버싱(busing·흑인과 백인 학생이 버스에 같이 탈 수 있는 정책)'에 반대할 때 바이든 당선인이 동조했던 일을 꼬집은 것이다. "당시 캘리포니아에서 매일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던 소녀가 있었다. 그 작은 소녀가 바로 나"라고 몰아붙이는 해리스 당선인의 날카로움에 바이든 당선인은 당황하며 반박하지 못했다.


바이든 정부에서 해리스의 역할은


대선 유세 현장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의 운동화는 화제가 됐다. 높거나 낮은 구두 대신 운동화를 선택해 성별을 강조하지 않은 전략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사진은 지난달 위스콘신주 밀워키를 방문해 국제전기노동자연맹 훈련시설을 둘러보는 모습. 밀워키=로이터 연합뉴스

대선 유세 현장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의 운동화는 화제가 됐다. 높거나 낮은 구두 대신 운동화를 선택해 성별을 강조하지 않은 전략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사진은 지난달 위스콘신주 밀워키를 방문해 국제전기노동자연맹 훈련시설을 둘러보는 모습. 밀워키=로이터 연합뉴스

해리스 당선인의 역할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는 지난 4년 동안 상원 법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취약층 보호나 이민 개혁 등의 법안을 개정하며 소수자 입장에 서왔다. 미 경제지 포춘은 "해리스 부통령은 흑인이자 아시아계 미국 부통령으로서 국제적인 현안은 물론이고 성별, 인종차별 문제에 더 깊숙이 공감하며 풀어갈 수 있는 적임자"라며 "상원에서 다뤘던 주제들을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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