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왕구 논설위원이 노동ㆍ건강ㆍ복지ㆍ교육 등 주요한 사회 이슈의 이면을 심도깊게 취재해 그 쟁점을 분석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코너 입니다. 주요 이슈의 주인공과 관련 인물로부터 취재한 이슈에 얽힌 뒷이야기도 소개합니다.
지난 1월 경기 여주에서 의붓어머니가 9세 아들을 찬물이 담긴 욕조에 속옷만 입힌 채 앉아있도록 벌을 주다 사망하게 한 사건은 재학대 방지의 중요성을 환기시켰다. 상습 학대를 의심한 법원이 이미 피해 아동을 분리 조치했으나 지자체가 아이를 키우기를 원하는 부모의 뜻에 따라 아동을 가정에 돌려보냈다가 11개월만에 사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학대 사건 3만45건 중 재학대 사건은 3,431건으로 재학대 비율은 11.3%에 달한다. 3년 연속으로 증가세다.
10건 중 1건 가량 발생하는 재학대를 막기 위해서는 학대 행위자에 대한 교육과 상담 치료가 필수다. 하지만 교육과 상담 치료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의 ‘보호 대상 아동실태조사’(2019)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학대 행위자의 70%(2017년 기준)는 강제성 없는 아동보호 전문기관의 모니터링만 받고 있다. 아보전의 모니터링을 받는 학대 행위자 중에서도 교육ㆍ치료 등을 받는 사례는 9.1%에 불과했다. 아보전은 상담과 교육을 권고할 의무만 있어 학대 행위자가 거부하면 개입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21대 국회에는 학대 행위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상담ㆍ교육ㆍ심리치료를 거부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아동복지법 개정안(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이 발의돼있다.
분리 조치된 피해 아동이 보호받을 수 있는 ‘학대 피해 아동쉼터’도 크게 부족하다. 학대 피해 아동쉼터는 원가정과 비슷한 환경에서 보호와 양육, 치료 등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다. 전문가들은 학대 후유증을 치료하고 재학대를 방지하기 위해 전국 232개 시군구의 절반 정도인 최소 120개의 아동쉼터가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10월 현재 전국에 운영 중인 쉼터는 72개에 불과하다. 지난 7월 정부가 ‘아동청소년 학대 방지 대책안’을 발표했지만 연내 4곳의 추가 설치 계획만 내놨을 뿐이다. 김민정 안산시 아동보호전문기관 기관장은 “연간 1,500건 이상 학대 사건이 발생하지만 관내의 전용쉼터의 수용 인원은 7명뿐이라 분리가 필요할 때는 아이들을 충남권 쉼터까지 보내는 경우도 있다"며 “분리 조치가 필요한 피해 아동을 신속히 보호할 수 있도록 쉼터의 과감한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59억원인 쉼터 예산을 내년 78억원으로 증액해 국회에 제출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