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외교장관에 신속입국 약속했지만
"지방정부 코로나19 확산 공포로 협조 안돼"?
"내년 당 전당대회 앞두고 복지부동" 분석도
베트남 정부가 “한국인 격리 시간을 줄이는 등 입국 절차를 간소화하겠다”는 약속을 아직 지키지 못하고 있다. 한국 국회의장과 외교장관에게까지 공식석상에서 구두 약속을 했지만, 감염병 공포로 인해 지방정부들의 행정 절차가 지연되고 있는 탓이다. 현지에선 베트남이 내년 권력지형 개편이 예상되는 공산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어 중앙정부의 명령이 먹히지 않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응우옌쑤언푹 총리 등 베트남 최고위급 지도자들은 2일 박병석 국회의장과의 면담에서 “외국인 코로나19 방역 절차와 관련해 신속한 검사ㆍ격리를 위한 다양한 방침을 마련하고 있다”며 “신속입국절차가 완성되면 가장 먼저 한국인에게 적용하겠다”고 거듭 확인했다. 베트남 정부는 앞서 9월 베트남을 방문한 강경화 외교장관에게도 같은 취지의 언급을 했다. 당시 베트남 측은 강 장관에게 “한국인 신속입국절차 준비가 마무리 단계”라며 “조만간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베트남 정부의 한국인 신속입국 절차는 크게 두 갈래로 진행 중이다. 우선 14일 이내 단기 출장자 입국 시 이틀 가량 시설 격리와 약식 검사를 진행한 뒤 현지에서 바로 경제활동을 허용하는 방안이다. 주 4차례 운영될 한국-베트남 정기 항공편 이용 승객들에 한해 엿새간 시설격리와 8일의 자가격리를 실시하는 안도 마련됐다. 현지 정부는 비싼 격리비용 문제를 제기한 한국 측 입장을 반영해 당초 4,5성급 호텔 격리 방침에서 2,3성급 호텔까지 수용시설 대상도 넓힌 상태다.
문제는 이런 중앙정부 지침에도 지방정부들이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는 데 있다. 지방정부 측은 현재 “호텔이 한국인 격리 자체를 거부하거나 비용을 깎는 것에 반대한다” “코로나19 공포로 시 산하 군(郡) 보건당국이 현장 운영방안 마련을 주저하고 있다” 등의 이유를 대며 사실상 지침을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베트남은 사회주의 국가 특성상 지방정부에 행정 권한을 대폭 부여해 중앙정부의 지시가 투영되지 않는 사례가 자주 발생한다. 이번 한국인 신속입국절차 역시 같은 맥락에서 통제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내년 공산당 전당대회를 절차 지연의 진짜 이유로 꼽기도 한다. 당 서기장부터 지방성 인민위원장, 하부 조직장까지 모두 교체되는 전대를 앞두고 지방정부가 관내 코로나19 환자 증가를 우려해 문제의 소지가 있는 행정 명령을 수행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베트남 양대 도시 하노이와 호찌민의 고위 관계자들 입장에선 어떻게든 현재의 ‘지역감염 0명’ 상황을 유지해야 전대에서 권부 입성을 노릴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노이 외교가 관계자는 4일 “주베트남 한국 대사관이 현지 당국과 실무 회의를 계속하고 있어 이르면 이달 안, 늦어도 내달에는 한국인 신속입국절차가 마무리되긴 할 것”이라며 “한국기업의 투자 확대를 원하는 중앙정부가 얼마나 빨리 지방정부를 설득하는지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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