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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살아있는 권력 수사 좌고우면 말라"...또다시 여권에 대립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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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살아있는 권력 수사 좌고우면 말라"...또다시 여권에 대립각

입력
2020.11.03 19:46
수정
2020.11.04 00:2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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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공정하고 평등한 국민의 법집행 기관돼야"
법무연수원 강연... 추미애 겨냥한 듯 뼈있는 한마디
한동훈은 행사 참석 안해... 짤막한 인사만 나눈 듯


3일 충북 진천군 법무연수원에서 윤석열(맨 왼쪽) 검찰총장이 신임 부장검사 대상 강연을 마찬 뒤, 만찬을 위해 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진천=뉴시스

3일 충북 진천군 법무연수원에서 윤석열(맨 왼쪽) 검찰총장이 신임 부장검사 대상 강연을 마찬 뒤, 만찬을 위해 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진천=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신임 부장검사들을 향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에도 좌고우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원론적인 발언이긴 하지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여권이 윤 총장을 주요 수사에서 배제하며 강도 높은 비판을 가하고 있는 최근 상황을 감안하면 공세적인 뉘앙스다. 반면 추 장관은 윤 총장의 언행을 두고 “검찰의 중립성을 훼손하고 있다”면서 직격탄을 가해 또다시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윤 총장은 이날 오후 4시30분쯤 충북 진천군 법무연수원을 방문해 사법연수원 33ㆍ34기 신임 부장검사 30여명을 대상으로 ‘부장검사 리더십’ 교육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검찰 개혁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검찰 내부에서도 어떤 방향의 개혁이 필요한지 고민을 해야 한다”며 “검찰은 공정하고 평등한 법집행기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살아있는 권력이라고 하더라도 좌고우면하지 않고 수사해야 한다. 사회적 강자의 범죄를 엄벌해 국민의 검찰이 돼야 한다”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尹,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 秋 발언에 반격?

물론 이날 발언은 문자만 놓고 보면, 윤 총장이 그동안 공식석상에서 여러 차례 강조했던 ‘권력형 비리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별로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지난달 국정감사 이후 여권의 견제가 거칠어지고 있는 와중에, 다시 ‘살아있는 권력 수사’를 언급한 건 그 자체로 의미심장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게다가 강연 바로 직전, 추 장관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답하는 형식으로 발표한 입장문에서 “검찰총장의 언행과 행보가 오히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윤 총장을 직격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더욱 더 예사롭지 않다.

3일 오후 충북 진천군 법무연수원에 도착한 윤석열(왼쪽) 검찰총장이 신임 부장검사 30여명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오른쪽은 배성범 법무연수원장. 진천=연합뉴스

3일 오후 충북 진천군 법무연수원에 도착한 윤석열(왼쪽) 검찰총장이 신임 부장검사 30여명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오른쪽은 배성범 법무연수원장. 진천=연합뉴스

윤 총장의 이번 법무연수원 진천 본원 방문은 이곳이 그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한동훈 검사장의 근무지라는 점에서도 상당한 주목을 끌었다. 한 검사장은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 조치됐다. 그러나 한 검사장은 윤 총장 도착 때 마중을 나오지 않은 것은 물론, 교육이나 만찬 등 공식일정에도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만남이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윤 총장을 맞이한 이는 사법연수원 동기인 배성범 법무연수원장과 기획부장 직무대리를 맡고 있는 이문한 차장검사 등에 그쳤다. 지난 1월 윤 총장의 진천 방문 당시, 직전 검찰 인사에서 좌천성 발령을 받은 김웅 전 부장검사(현 국민의힘 의원), 강수산나 부장검사(현 수원지검 인권감독관) 등이 그를 영접하러 나왔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다만 한 검사장과 윤 총장은 짤막한 인사와 악수 정도는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3일 충북 진천군 법무연수원 정문 앞에 이날 강연을 위해 이곳을 찾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응원하는 화환들이 놓여 있다. '윤석열 총장님은 우리의 영웅입니다' '한동훈 검사님 힘내십시오' 등의 문구가 적힌 리본이 붙어 있다. 진천=연합뉴스

3일 충북 진천군 법무연수원 정문 앞에 이날 강연을 위해 이곳을 찾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응원하는 화환들이 놓여 있다. '윤석열 총장님은 우리의 영웅입니다' '한동훈 검사님 힘내십시오' 등의 문구가 적힌 리본이 붙어 있다. 진천=연합뉴스


'검찰 내부결속 다지기 행보' 시각 많아

이날 윤 총장의 강연은 이달 2~5일 ‘부장검사 리더십’ 교육 일정 중의 하나로, 이미 정해져 있던 커리큘럼이라는 게 대검찰청의 설명이다. 정치적 의미를 담은 행보로 해석하지 말아달라는 뜻이다. 그러나 검찰 안팎에선 어떤 식으로든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차원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사실상 정계 진출 가능성을 열어둔 윤 총장이 지난달 대검 국정감사 발언 이후 여권의 공세가 노골화하고 있음에도, 외부 시선을 짐짓 외면한 채 지난주 대전고검ㆍ지검 방문에 이어 예정된 일정을 소화하면서 ‘현장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추 장관과 검찰 간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윤 총장이 현안과 관련,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에 비상한 관심이 쏠렸던 이유다.

정치권에서도 윤 총장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윤 총장은 대검 국정감사에서 정계 진출 여부를 묻는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서 어떻게 봉사할지 그런 방법을 천천히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 이에 추 장관과 여권은 “검찰총장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고 있다”며 공격에 더욱 더 날을 세우고 있는 상태다.

이날 법무연수원 앞에는 윤 총장 지지자들이 가져다 놓은 화환 3개가 놓여 있기도 했다. 화환에는 ‘윤석열 총장님은 우리의 영웅입니다’ ‘한동훈 검사님 힘내십시오’ ‘망나니 추미애 추방’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일부 지지자들은 윤 총장을 향해 “파이팅”을 외치기도 했다.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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