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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제 등 옵티머스 핵심인물 놓친 검찰... 안 잡나, 못 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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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제 등 옵티머스 핵심인물 놓친 검찰... 안 잡나, 못 잡나

입력
2020.11.04 04:3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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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억원대 피해를 입힌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 서재훈 기자

수천억원대 피해를 입힌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 서재훈 기자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의 정ㆍ관계 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일부 핵심 관계자들의 도주 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발장 접수 직후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발 빠르게 대응했지만, 특별수사 사건 성격이 짙은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태를 수사 초기에 단순 고소ㆍ고발 사건처럼 안이하게 접근한 검찰의 패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주민철)는 아직도 정영제(57) 전 옵티머스대체투자 대표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했다. 정 전 대표는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의 옵티머스 투자 결정 과정에 깊숙이 개입하는 등 옵티머스 측 로비스트로 알려져 있다. 김재현(50ㆍ구속기소) 옵티머스 대표도 최근 검찰에서 “지난해 옵티머스 부실이 커지던 시기, NH투자증권을 (펀드 판매사로) 연결해 준 인물은 정 전 대표”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정 전 대표는 전파진흥원 투자 외에, 금융권을 상대로도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옵티머스 사업에서 중추 역할을 했다는 게 전ㆍ현직 옵티머스 관계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하지만 정 전 대표는 검찰 수사 착수 이후 잠적, 현재 지명 수배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 정 전 대표 신병확보를 위한 적기(適期)를 놓친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은 옵티머스 측의 ‘마스크 유통사업’ 투자 명목으로 회삿돈 150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던 중 행방을 감춘 이모(53) 스킨앤스킨 회장의 신병도 확보하지 못했다. 이 회장은 이사 직함의 동생을 전면에 세우고 스킨앤스킨을 경영하면서 옵티머스 사태의 주범들인 윤석호(43ㆍ구속기소) 옵티머스 이사, 유현권(39ㆍ구속기소) 스킨앤스킨 총괄고문 등과 긴밀히 접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옵티머스 측의 또 다른 자금흐름이나 추가 범행 등을 확인하기 위해선 검찰이 꼭 이 회장의 신병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검찰은 이 회장과 동생 이모(51) 이사에 대해 지난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이사가 구속되긴 했지만, 이 회장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심사)에 아예 출석하지 않았고 그대로 잠적했다. 법원은 이후 심문 없이 구속영장을 발부했지만, 지금도 이 회장의 종적은 묘연한 상태다.

일각에선 검찰의 핵심 피의자 신병 확보 실패를 두고 “수사 초기 섣불리 강제수사에 나선 탓”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는 올해 6월 고발인 조사와 동시에 압수수색영장 작성을 시작해 이튿날 전격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그리고 옵티머스 핵심 인물인 김 대표와 윤 이사, 2대 주주 이동열(45ㆍ구속기소) 이사 등을 구속기소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한 달이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후 검찰 수사는 늘어지기 시작했다. 윤석호 이사와 유현권 고문 등의 일부 진술이 사실과는 완전히 다르다거나, 업계에 도는 풍문에 불과한 점도 드러났다. 지난 7월 초 김 대표의 구속 이후, 유 고문은 옵티머스 핵심 인물들에 대한 업계의 소문을 수집했고, 이를 근거로 자신이 확인하지도 못한 내용들을 검찰에 진술했다고 한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대형 비리를 파헤치는 특별수사는 압수수색 등 외부에 드러나는 강제수사에 앞서 자금 분석 등을 통해 대략적인 큰 틀을 먼저 잡는 게 통상의 수순”이라며 “옵티머스 수사는 전체 사건 규모를 감안하지 않고 성급하게 접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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