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광주학생독립운동 91주년을 맞아, 지난 6월 취임 이후 두 번째로 광주를 찾았다. 중도외연 확장 행보로 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TK) 민심' 이반이 우려되는 상황에도 꿋꿋하게 호남에 러브콜을 보내는 모습이다. 서울 인구 '호남' 연고자들을 공략해 내년 4월 열리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승기를 잡겠다는 포석이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김 위원장은 광주와 전남을 잇따라 방문해 기초단체장 등과 정책협의회를 진행했다. 지난달 29일 전북 전주를 방문해 정책협의를 한 데 이어 닷새만이고, 임기 중 다섯번째 '호남행'이다. 김 위원장은 "호남지역이 더욱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우리 당은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다"며 "노력과 진심은 행동과 실천으로 앞으로 보여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호남 끌어안기 차원에서 호남 주요 지역을 '제2지역구'로 배정받은 국민의힘 의원들도 함께 했다.
지난 8월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방문해, 과거 당내 인사의 망언 등을 사죄했던 김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중인 5·18 민주화운동 특별법에 대해 일부 수용 여지를 남겼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에 5·18 특별법에 대해 "법을 만드는 자체에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도 "내용에 대해서는 입법 과정에서 상식선에서 결정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서진 행보는 지역적, 이념적으로 치우쳤던 국민의힘을 가운데로 끌어오려는 시도이지만, 전통적 지지층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지난주 공개된 한국갤럽의 10월 마지막주 여론조사에서 대구·경북(TK) 지역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30%)이 민주당(34%)에도 뒤지는 결과가 나왔다. 대구 수성을이 지역구인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보궐선거도 없는 호남에서 한가하게 표 구걸이나 한다"며 거세게 비판했다. 당 밖의 보수인사인 김문수 전 경기지사도 같은 뜻을 피력했다.
다만 당 지도부는 TK 지지율 이탈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이날 호남을 찾은 김 위원장은 "여론조사를 크게 신경쓰지 않으며, 우리가 한번 설정한 것은 계속해서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수성갑이 지역구인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들에게 "지역에서 느끼는 느낌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김종인 체제의 국민의힘이 일각의 우려에도 서진정책을 이어가려는 배경에는 내년 4월 서울시장 보선이 연결돼 있다. 서울 시민 중 '호남 출신'은 모두 141만명(14.8%)으로, '서울 출생 서울 시민(47.9%)' 다음으로 많다. 실제 지난달 14일 김 위원장은 당 회의에서도 "보궐선거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국민 통합 문제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호남 민심을 얻어야 서울시장 보선 승리는 물론 이를 발판으로 2022년 대선까지 가져울 수 있다는 판단이다.
※자세한 여론조사 개요는 한국갤럽이나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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