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의 날이 밝았습니다. 지난해 1월 민주당 후보들의 출마 선언에서 시작된 22개월의 대장정이 3일(현지시간) 마무리됩니다. 이날 0시, 우리 시간 오후 2시에 뉴햄프셔주(州)의 작은 마을 딕스빌 노치에서 대선 투표가 시작됩니다. 당선인 윤곽은 이르면 3일 밤늦게 또는 4일 새벽에 나올 수 있지만 우편투표가 늦게 집계될 경우 며칠이 더 걸릴 수 있습니다.
이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조기 승리를 하겠다고 나섰는데요. 조기 승리 선언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기정사실화할 수 있을지, 전 세계적으로 창피만 당하게 될지 궁금하지 않나요?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대선. 그런데 뭐가 이렇게 어렵고 복잡할까요. 게임의 룰을 알아야 관전도 재밌는데 말이죠. 그래서 한국일보가 여러분을 위해 준비해봤습니다. 키워드로 한눈에 알아보는 미국 대선!
간접선거 방식
유권자가 직접 대통령을 뽑는 우리나라의 직접선거제와 달리 미국은 유권자가 선거인단을 뽑고 그렇게 선출된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뽑는 간접선거제도를 채택하고 있죠.
왜 이런 복잡한 방식을 쓰고 있는 걸까요? 미국은 단일국가가 아닌 연방제 국가입니다. 각 주의 균형잡힌 권한이 필요하죠. 인구가 적은 작은 주들이 손해를 보지 않게끔, 머릿수로 밀어붙이는 방식이 아닌 각 주의 대표자인 선거인단을 통해 대통령을 뽑자는 거였죠.
따라서 전체 득표율과 상관없이 선거로 선출된 538명 선거인단의 투표로 결정됩니다. 선거인단 538명은 각 주에서 선출하는 연방 상원의원 100명에 하원의원 435명 그리고 의원이 없는 수도 워싱턴D.C에 배정된 선거인단 3명을 더한 숫자입니다.
선거인단 수는 각 주의 인구에 비례해 정해집니다. 인구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주는 선거인단도 55명으로 가장 많고, 텍사스 38명, 뉴욕주와 플로리다주 29명의 순입니다. 인구가 적은 알래스카와 몬태나, 델라웨어 등 7개 주는 선거인단이 3명에 불과합니다.
코커스ㆍ프라이머리
이런 선거인단을 뽑는 과정인 당 경선을 코커스ㆍ프라이머리라고 하는데요. 코커스ㆍ프라이머리는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에 2월부터 6월까지 미국 전역에서 치러집니다.
전체 선거인단의 4분의1은 코커스로, 4분의3은 프라이머리로 선출하게 됩니다. 코커스는 당원들만 참여할 수 있고 프라이머리는 일반 시민이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납니다. 경선을 둘 중 어떤 방식으로 치를지는 각 주 정부가 정하는데요. 프라이머리를 채택한 주가 훨씬 많습니다.
전체 선거일정 중에서 아이오와의 코커스, 뉴햄프셔의 프라이머리가 가장 먼저 열리는데, 미국 대선의 공식 일정이 시작되는 셈이기 때문에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죠. 3월의 첫째 화요일에는 가장 많은 프라이머리가 열려서(12개 주) '슈퍼 화요일'이라고 부르는데요. 사실상 이날 대선 후보가 판가름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모인 선거인단이 전당대회를 열고 각 당의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게 됩니다. 현직 대통령 있는 당이 전당대회를 늦게 여는 게 관례입니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가 2020년 게임의 주인공이 됐죠. 이후 후보가 정해지면 9월~11월 초까지 대선 운동을 진행합니다.
승자독식제
드디어 투표 당일이 됐습니다. 유권자는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선거인단에 투표합니다. 여기서 미국 선거의 독특한 점이 한번 더 나오는데요. 메인과 네브라스카주를 제외한 모든 주는 승자독식 제도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주별로 직접 투표를 통해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해당 주의 선거인단을 모두 차지하는 거죠. 이는 각 주가 최대한 목소리를 크게 내기 위해 주 내부에서 의견을 통일하고자 만든 제도입니다.
문제는 일반 시민의 표를 더 많이 얻은 후보가 선거인단 수에서 밀려서 지는 경우가 생긴다는 점입니다. 역사상 5번이나 있었는데요. 2016년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보다 유권자에게 300만표를 더 받았지만 선거인단은 트럼프가 306명의 선거인단을 가져가면서 졌죠.
2000년에는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266명ㆍ48.4%)가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271명ㆍ47.9%)보다 유권자의 54만 표를 더 많이 받았지만 선거인단 5명 차이로 패배했습니다.
오늘 선거인단 선출이 완료되면 이 선거인단으로 12월 14일 대선 투표를 하게 됩니다.
경합주
미국 대선에서 사람들의 관심이 모이는 곳 중 하나는 바로 경합주입니다. 경합주는 특정 정당이 압도적 지지를 얻지 못한 지역을 의미합니다. 선거 때마다 지지 후보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후보자 입장에서는 해당 지역의 유권자의 표심을 잡기 위해서라도 총력전을 펼쳐야 하는 곳이죠.
지난 대선 당시 트럼프가 경합주 6곳을 석권하면서 300만표를 더 얻었던 클린턴을 누르고 승기를 잡을 수 있었죠.
미국 언론은 이번 대선의 당락을 좌우할 6대 경합주로 북동부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의 펜실베이니아(선거인단 20명)ㆍ미시간(16명)ㆍ위스콘신(10명)과 남부 '선 벨트(일조량이 강한 지역)'의 플로리다(29명)ㆍ노스캐롤라이나(15명)ㆍ애리조나(11명)을 꼽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개표가 끝나지 않더라도 조기 승리 선언을 하겠다고 말해왔다는데요.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려면 우선 플로리다ㆍ노스캐롤라이나ㆍ애리조나는 물론 오하이오ㆍ텍사스ㆍ아이오와ㆍ조지아에서 모두 이기거나 크게 앞서나가야 합니다. 실제로 이들 주에서 승리하면 북부 경합주 중 펜실베이니아 한 곳만 이기더라도 선거인단 과반인 270명을 넘길 수 있습니다.
우편ㆍ사전투표
과연 트럼프의 시나리오는 그의 바람대로 이뤄질 수 있을까요. 문제는 이번 대선의 최대 변수인 우편투표와 사전투표입니다. 2일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사전투표를 한 유권자가 1억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입니다. 4년 전 전체 투표자의 3분의2 이상이 이미 투표한 셈이죠. 이같은 흐름이 이어진다면 미 대선 역대 최대 투표율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조기 승리 선언이 실행되려면 트럼프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에서 개표 초반 앞서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펜실베이니아는 주 규정상 투표 종료 시점가지 우편투표를 개봉할 수 없습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조기 승리를 선언한 이후 펜실베이니아의 최종 개표 결과가 바이든 후보의 승리로 뒤집어질 경우 미국은 혼돈의 상황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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