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트럼프 당선 때 亞 증시 휘청
오바마 당선·?연임 때는 증시 '훈풍'
20년 전 재검표 논란 땐 19일간 9% 급락
미국의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는 '결전의 날(미국 현지시간 3일)'이 밝으면서 국내 금융시장도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현지에선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승리를 점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대선 불복 가능성까지 예고하면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만만치 않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국내 증시는 과거 미 대선 때도 결과에 따라 적지 않은 변동성을 보였다. 이번에도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2016년 '트럼프 쇼크'에 금융시장 출렁
2016년 11월 9일 트럼프의 '예상 밖' 당선 소식은 아시아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유력할 것이란 대다수 예측과 달리 트럼프가 당선을 확실시하자 아시아 증시는 도미노 급락세를 연출했다.
당시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전장대비 2.25%, 3.92%씩 급락 마감했다. 코스피의 하루 동안 지수 고점 대비 저점 간 낙폭이 84포인트에 달했다. 코스닥은 9년여만에 장중 최대 낙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 역시 5.36% 폭락했고 대만과 홍콩 증시 역시 3%가량 급락했다.
각종 돌출발언을 일삼고 주변국을 향한 과격한 무역정책을 표방한 트럼프 당선에 증시 불확실성이 최고조로 치솟아 투매 물량이 쏟아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악의 금융위기 땐 '오바마 랠리' 효과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로 불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치러진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을 땐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 글로벌 증시가 미 대선 결과에 환호하며 일제히 급등세를 연출한 것이다.
오바마 당선이 확정됐던 그해 11월 5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2.44% 올랐고 코스닥도 1.6% 상승 마감했다. 오바마 당선이 확정되기 직전인 이날 오전 코스피는 장중 선물가격 급등에 프로그램 매수호가 효력이 일시정지되는 '사이드 카'가 발동하기도 했다.
오바마가 대형 위기에 빠진 글로벌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러 넣을 것이란 기대감은 아시아 증시도 3~5%씩 밀어올리며 '오바마 랠리'를 연출했다. 2012년 11월 오바마가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재선이란 기록을 세웠을 때도 코스피는 전장보다 0.49% 상승 마감했다. 하지만 대선 하루 만인 11월 7일 미국 내 '재정절벽'(급격한 재정 지출 축소와 증세로 인한 경제 충격) 공포가 글로벌 증시를 짓누르면서 코스피 역시 1%대 하락 반전하기도 했다.
트럼프 예고된 불복?... "변동성 확대 가능성"
현재 시점에서 투자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건 2000년 미 대선 상황이 재연될지 여부다.
당시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가 박빙으로 승리했지만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불복 선언을 하면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기 때문이다. 플로리다주의 재검표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이며 재검표까지 진행했던 당시 코스피는 대선 당일 이후 19거래일 만에 9%가량 급락했다.
이번에도 트럼프는 일찌감치 우편투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바이든 당선 시 불복을 예고한 바 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주가 흐름은 2016년보다 2000년 대선 이후와 비슷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대선 이후 불확실성이 완화되는 것이 아니라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심리 위축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