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가족 보호 위해 허위 진술하고
제3자 현장에 있었을 가능성...동기도 부족"
몸무게 102㎏의 50대 아들의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70대 노모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술을 많이 마시는 아들과 자주 다투던 노모는 법정과 수사기관에서 범행을 모두 자백했으나, 재판부는 노모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 표극창)는 3일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A(76ㆍ여)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직접적인 증거는 '아들을 소주병으로 때리고 목 졸라 살해했다'는 피고인(A씨)과 그의 딸(B씨) 진술만 있다"며 "진술에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경우 유죄의 증거로 삼아야 하지만 피고인이 가족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허위 진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앞서 A씨는 "아들이 술만 마시는 게 불쌍하고 희망이 없어 범행했다"고 자백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아들)가 술에 취해 횡설수설하며 술을 더 달라고 해 화가 나 범행했고, 목을 조를 때 ‘피해자가 아무 말도 않고 가만히 있었다’고 진술했다"며 "피고인이 가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길이 75㎝, 폭 40㎝의 수건으로 몸무게가 102㎏인 아들을 목 졸라 살해할 마음을 먹고 실제 살해에 이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노모의 법정 자백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의혹이 남는다는 것이다.
실제 재판부는 "피고인의 딸은 '오빠(피해자)가 양심이 있었으면 죽고 싶어서 가만히 있지 않았을까 싶다'고 진술했다”며 “그러나 숨이 막히고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가만히 있었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고 거론했다. "피해자가 일을 그만두고 동생(B씨) 집에서 무위도식한 기간이 10개월~1년에 불과한 점,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진술 등을 종합하면 살해 욕구를 일으킬 정도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은 범행 당시 피해자가 술을 마시던 중이었다고 진술했다가 이후 술상을 치운 상태였다고 번복했고, 범행 재연 동작이 어설픈 점을 보면 경험한 내용을 그대로 진술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제3자가 (범행)현장에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도 했다.
‘100㎏이 넘는 거구의 아들을 죽인 70대 노모’로 요약되는 이번 사건은 지난 4월 발생 당시 때부터 많은 이들이 재판 결과에 관심을 가져왔다. 표 부장판사는 지난 재판에서 "사무실 여성 실무관에게 수건으로 목을 조여보라고 재연을 해봤는데, 피가 안 통하긴 했지만 숨은 쉬어졌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표 부장판사는 또 "피고인은 경찰관들이 유리 조각에 찔릴까 봐 현장의 깨진 소주병 조각을 치웠다고 진술했다"는 검찰 설명에 대해 "범행 후 경찰이 출동한 5분 사이에 피고인은 딸과도 1분 넘게 통화를 했는데 (청소할) 시간이 되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재판부는 사건 당일 술에 취해 귀가한 오빠와 가족 문제로 다투고, 두 자녀를 데리고 남편 집으로 갔다는 B씨의 귀가 시간, 통화 내역 등도 오락가락한다며 B씨의 진술을 의심하기도 했다.
재판부 역시 이번 사건에 많은 의구심을 의심을 해왔다. 또 A씨 진술 신빙성을 의심해 검찰 구형에도 불구하고 두 차례 기일을 추가 지정해 심리를 벌였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0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재판부의 의심에도 불구하고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은 없다"며 A씨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검찰 관계자는 "기록과 판결문 내용을 검토한 후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A씨는 지난 4월 21일 0시 30분쯤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 자택에서 술에 취한 아들 B씨의 머리를 술병으로 때리고 수건으로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A씨는 범행 직후 112에 직접 신고했으며, B씨는 119구급대에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 도중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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