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신고센터와 젠더폭력신고상담센터를 열어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와 주요 당직자의 성비위와 부정부패 등에 대한 조사와 후속 조치 등에 임하겠다."
내년 4월 서울ㆍ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결정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후보 공천 결정을 사과하며 내놓은 얘기다. 하지만 민주당 소속 광역자치단체장들의 성비위에 따른 피해자들의 고통이 여전한 상황에서, 이를 외면한 채 내놓은 대책이라는 점에서 '이중적 행보'라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자신들의 결정에 대한 명분을 합리화하기 위해 피해자에게 이중의 고통을 주는 일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민주당이 이날 띄운 ‘윤리신고센터’와 ‘젠더폭력신고상담센터’는 당 대표 직속기구인 윤리감찰단 소속으로 설치된다. 두 센터는 별도로 운영되지만,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와 주요 당직자의 젠더폭력 신고접수에 대해선 공동조사, 합동심의위원회를 열고 이를 윤리심판원에 넘기기로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이 같은 조치는 보선 공천을 합리화하기 위한 '눈가리고 아웅'식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당장 민주당은 사건이 진행중이라는 이유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 피해자에 대해 구체적인 사과나 재발방지책 약속이 없었다. 오히려 이미 벌어진 사건에 대해선 '침묵'이나 '모호한 사과'로 일관해 왔다. 최인호 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다 포함해서 사과하는 것”이라고만 했다.
박 전 시장 사건 피해자는 지난달 30일 “(이낙연 대표가) ‘피해 여성께 마음을 다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는데 제가 포함되는 것이 맞느냐”는 입장문을 냈을 정도다. 그러면서 “당 소속 정치인의 위력 성추행을 단속하지 못한 것을 사과하는 거냐, 아니면 지지자들의 2차 가해 속에 피해자를 방치하고 있는 현실을 사과하는거냐”고 되물었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은 지난달 27일 열린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 전 시장 사건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는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의 참고인 채택을 무산시켰다. 2차 피해에 대한 우려와 수사 중이라는 이유를 들었지만 성비위 문제를 당의 유불리 여부로 접근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
윤리신고센터와 젠더폭력신고상담센터가 향후 성비위 사건의 재발을 막지 못하는 형식적인 기구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실제 ‘권력형 성폭력 발생 → 당 내 대응 기구 설치’ 대책은 민주당이 집권당이 된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2018년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사건 이후 민주당은 ‘젠더폭력태스크포스(TF)’와 ‘젠더폭력신고상담센터’를 설치했다. 하지만 지난 4월 발생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건이 발생했을 때 당의 젠더폭력신고상담센터는 무용지물이었다. 이후 민주당은 ‘젠더폭력근절TF(태스크포스)’를 꾸렸지만, 이 TF도 박 전 서울시장 사건 때 아무런 역할을 못했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성 비위) 사건의 공론화 이후 민주당은 해당 정치인의 소속 정당으로서 어떤 조치를 취했느냐”라며 “끝없는 2차 가해 속 피해자가 방치된 현실에 일말의 책임마저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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