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정감사를 통해 '대망론'까지 흘러나온 윤석열 검찰총장이 실제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매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여권 투톱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를 바짝 쫓아 3강 구도를 형성하는 조사 결과까지 나오는 등 범야권 선두주자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으로선 여당의 양강 구도를 깬 데 대해 반색할 만하지만, 윤 총장이 야권 잠룡들의 지지율을 잠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마냥 웃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리얼미터 조사서 대권 선호도 17.2% 급등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2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26~30일 전국 성인 2,576명을 대상으로 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95%신뢰수준에 표본오차 ±1.9%)에서 윤 총장은 지난달보다 6.7%포인트 오른 17.2%를 기록했다. 각각 21.5%로 공동 선두를 차지한 여권 주자인 이 대표 및 이 지사와의 격차를 4.3%포인트로 좁히며 사실상 3강 구도를 형성한 것이다.
윤 총장의 지지율 상승에는 무엇보다 지난 22일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의 영향이 크다. 국감장에서 그는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 부하가 아니다”라는 발언 등으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대립각을 세우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처음 리얼미터 조사 대상에 포함된 6월달 조사에서 10.1%의 지지율을 받았던 윤 총장은 추 장관의 잇따른 ‘총장 때리기’ 발언이 이어진 7월 조사에서 13.8%로 상승한 바 있다. 다만 추 장관과의 공방이 소강상태였던 8, 9월에는 지지율이 11.1%, 10.5%로 주춤하는 모습도 보여 '정치인 윤석열'에 대한 지지로 보기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윤 총장이 3강 구도를 형성하면서 그간 인물난을 겪어온 야권 후보군에서 확고한 입지를 굳히고 있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17.2%를 얻은 윤 총장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4.9%) 홍준표 무소속 의원(4.7%) 오세훈 전 서울시장(3.6%) 등 다른 야권 주자들을 압도했다. 문화일보가 엠브레인에 의뢰해 10월 30일부터 이틀간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3.1%) 결과에서도 윤 총장은 범야권 차기 대선 후보 선호도에서 10.7%를 기록했다. 뒤를 이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8.9%), 홍준표 무소속 의원(8.7%), 유승민 전 의원(7.4%) 순이었다.
야권 주자 표가 윤 총장에게? 웃지 못하는 野
윤 총장의 급부상에 야권의 속내는 복잡하다. 윤 총장이 여권 일색의 대선 주자 판도를 깨는 야권의 유력 후보로 등장하긴 했으나 그가 정치판에 뛰어들어 국민의힘으로 입당한다는 보장이 없다. 윤 총장이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로 야권의 몰락을 가져왔던 적수였다는 점에서 당내 반감도 적지 않다. 현직 검찰총장이라는 신분 탓에 자칫 여권에 ‘정치검찰’ ‘검찰의 정치화’라는 공격 빌미를 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특히 윤 총장의 지지율 상승이 야권의 지지세 전체가 확대된 것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리얼미터 지지율 추이를 보면 윤 총장은 지난달보다 6.7%포인트 상승했는데, 이는 안철수 대표(1.6%포인트 하락), 홍준표 의원(2.5%포인트 하락), 오세훈 전 시장(0.4%포인트 하락)의 지지율을 흡수한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 한 야권 관계자는 “중도층이 보수로 결집했다기 보다 야권에서 대안으로 나설 주자가 없는 상황이 윤 총장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진 게 아니겠냐”고 평가했다. 윤 총장이 야권 판 전체를 키우기 보다, 야권 잠룡들만 질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정으로 인해 윤 총장을 견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홍준표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문 대통령 주구(走狗) 노릇을 하며 정치 수사로 우리를 그렇게도 악랄하게 수사했던 사람을 데리고 오지 못해 안달하는 정당이 야당의 새로운 길이냐”며 범야권 주자로 떠오르는 윤 총장을 비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여권에 대항하는 이미지로서 윤 총장이 부각되는 건 나쁘지 않지만 결과적으로 당에 득이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윤 총장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 애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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