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심인 방어권 보장 위한 '자료 열람·복사 지침' 마련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재 심의 대상 기업의 방어권 보장을 위한 자료 열람 목적으로 ‘데이터룸’을 만든다. 위원회(법원 격) 심의를 앞둔 기업 변호사가 증거 자료를 열람하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다만 증거 자료에 영업비밀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심의 대응에만 활용할 수 있도록 안전 장치를 마련했다.
공정위는 ‘한국형 데이터룸(제한적 자료열람실)' 설치와 자료 열람ㆍ복사 방법 및 절차를 규정하는 ‘자료의 열람ㆍ복사 업무지침’ 제정안을 행정예고한다고 2일 밝혔다.
공정위가 데이터룸 설치에 나선 것은 그 동안 제재 과정에서 “공정위가 자료를 공개하지 않아 방어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기업의 불만을 수용한 것이다.
공정위는 그 동안 “증거자료 중에는 경쟁사업자나 관계사 등의 영업비밀이 많아 공개하기 힘들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한화, 하림 등 일부 기업은 자료 공개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본지 9월 7일자 17면)
데이터룸은 영업비밀 유출을 최소화하면서도 기업이 필요한 자료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이미 유럽연합(EU) 경쟁당국도 제한된 공간에서 허가 받은 사람들만 자료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데이터룸을 운영 중이다.
공정위는 열람한 영업비밀 등이 유출돼 기업의 사업전략에 악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여러 장치를 마련했다. 우선 영업비밀 자료나 자진신고 자료는 제출한 사람이 동의하는 경우에만 공개가 가능하다. 자료 제출자가 동의하지 않는 영업비밀 자료는 제한적으로 열람만 가능하다.
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사람은 기업이 아닌 기업이 고용한 외부 변호사로 한정한다. 변호사는 자료 열람실 입장 전에 비밀유지서약서를 써야 한다.
변호사는 열람실에서 증거 존재 여부와 내용을 확인하고, 증거와 행위사실 간의 관련성, 심사보고서에 담긴 정량분석(정상가격 등)의 정확성 등을 검증할 수 있다. 다만 외부로 반출이 가능한 것은 이를 토대로 작성한 열람보고서 뿐이다. 보고서를 반출할 때는 주심위원(판사 격)의 검토를 거쳐 영업비밀 관련 내용이 쓰여 있는지 확인한다.
지침안에 따르면 변호사는 피심인을 포함해 누구에게도 열람한 영업비밀을 누설할 수 없다. 만약 비밀유지 의무를 위반하는 경우에는 공정위가 대한변호사협회에 징계를 요구하고, 공정위 공무원과의 접촉도 5년간 금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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