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2일 당이 전 당원 투표를 통해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공천키로 한 것을 두고 “여당 지도부이기 전 한 여성으로서 천근만근 무거운 시간을 보내며 저도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양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송구하다는 말씀 외에는 드릴 말씀이 없다. 전적으로 저희 책임”이라며 이같이 사과했다. 또 “원칙을 저버렸느냐는 비난도, 공천 자격이 있느냐는 비판도 지도부가 달게 받겠다”며 “저희 당원들의 죄라면 잔인한 선택을 강요 받은 것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전 당원 투표로 지도부가 당원들에게 책임과 비난을 전가했다는 비판 여론을 의식한 언급이다.
그는 “책임 있는 정치란 무엇인가 지난 주말 내내 스스로에게 묻고 또 되물었다”며 “명시된 당헌을 따르는 것이 책임일 수도 있지만 비난이 두려워 1,300만 유권자의 선택권마저 박탈하는 것이 과연 책임 정치인가 되물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의 어려움은 국민을 설득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고통스럽고 험난한 길 마다하지 않겠다”고 이어갔다. 또 “민주당이 자격이 있는지 직접 시민들께 여쭙겠다”며 “선택받아 용서받고 자랑스러움으로 돌려드리겠다”고 각오했다.
민주당은 이날 당헌을 개정,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선에 후보를 내기로 결론냈다. 지난달 31일부터 이틀간 진행한 권리당원 투표에서 86.64%가 당헌 개정 및 재보선 공천에 찬성한 결과다. 이날 최인호 당 수석대변인의 브리핑에 따르면, 이번 투표에서는 전체 권리당원 80만3,959명 가운데 21만1,804명(26.35%)이 투표에 참여해 86.64%가 찬성했고 13.36%가 반대했다.
투표 결과에 따라 2015년 문재인 당 대표 체제 때 정치 혁신의 일환으로 도입된 '무공천' 원칙은 5년 만에 폐기된다. 현행 당헌 96조 2항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 선거를 하는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명시한다. 당헌을 원칙대로 적용한다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문 의혹 등 민주당 소속 단체장의 귀책 사유로 치러지는 내년 4월 보궐선거에 후보를 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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