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까지 음원차트 역주행 중인 가요 '취기를 빌려'와 '오래된 노래'는 오래 전 발표된 인디 가수들의 작품이다. 색다른 매력을 가진 다른 가수를 만나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아이돌 그룹 B1A4 소속 가수 산들이 부른 '취기를 빌려'는 최근 가온차트(지난달 18~24일) 기준 디지털ㆍ스트리밍 부문에서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7월 처음 노래가 공개된 이래 4개월째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지난달 중순에는 각종 음원 사이트, 가요 프로그램에서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 블랙핑크 '러브식걸스'와 1위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취기를 빌려'는 2015년 인디 가수 이민혁이 부른 노래(작곡ㆍ작사 새봄)가 원곡이다. 어쿠스틱 기타를 반주로 흘러 나오는 감미로운 선율은 두 곡 모두 비슷한데, 산들의 얇고 서정적인 목소리가 더해지면서 전반적으로 부드러워졌다. 산들은 B1A4에서도 메인 보컬을 도맡을 정도로 가창력이 검증된 가수. 자신의 평소 생각을 담은 노래를 작사, 작곡하는 싱어송라이터로도 유명하다. 산들이 부른 리메이크 버전이 인기를 끌자, 가수 장범준 등이 유튜브 등에 커버 영상을 올리며 흥행을 이어갔다.
'취기를 빌려'는 다음의 인기 웹툰 '취향저격 그녀'에 삽입된 주제곡(OST)이기도 하다. 시즌 2까지 누적 조회수 2억여건을 돌파한 탄탄한 팬층은 이 노래의 역주행에 큰 원동력이 됐다.
현재 가온차트 9위를 기록 중인 '오래된 노래'는 2012년 스탠딩에그가 발표한 노래다. 인디 마니아들은 익히 아는 노래지만, 최근처럼 세간의 주목을 받은 적은 드물었다. 스탠딩에그는 소속 멤버의 신상을 감추며 활동하는 그룹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오직 자신들의 음악에만 집중해 달라는 취지에서다.
'오래된 노래'의 역주행 원료는 대세 트로트 가수 임영웅의 힘이었다. 임영웅은 지난 8월 TV조선 예능 프로 '사랑의 콜센타'에서 이 곡을 열창했다. 정식 음원도 나왔는데, 원곡보다 전자기타와 드럼의 소리가 두드러지면서 경쾌한 분위기가 났다. 임영웅 특유의 깔끔한 창법은 시원한 느낌을 들게 만들었다.
자신보다 인기를 더 누리는 듯한 리메이크 버전을 지켜보는 원곡 가수들의 심정은 어떨까. 질투라도 날 법 한데 "환영한다"는 반응이 많다. 언론 인터뷰에서 이민혁은 "내 이름을 세상에 알린 곡인데, 좋은 가수가 불러 다시 주목 받는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했다. 스탠딩에그 멤버들도 임영웅에게 "만나면 밥 한 끼 사겠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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