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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두더지와 장어가 만든 마을"

입력
2020.11.06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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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세계 최고의 거짓말 대회

세계 최고의 거짓말 대회가 열리는 잉글랜드 코프랜드의 '샌턴브리지 인' 풍경. santonbridgeinn.com

세계 최고의 거짓말 대회가 열리는 잉글랜드 코프랜드의 '샌턴브리지 인' 풍경. santonbridgeinn.com


샌턴브리지(Santon Bridge)는 잉글랜드 컴브리아주 코프랜드의 주민 수 300명 남짓의 작은 마을이지만 '영국 최고'를 자부하는 기록 4개를 보유하고 있다. 영국서 가장 깊은 호수(Wast Water, 수심 79m)와 가장 높은 산(Scafell Pike, 고도 978m)을 끼고 있고, 영국서 가장 작은 교회(Wasdale Head Church)와 영국 최고의 거짓말쟁이 '윌 릿슨(Will Ritson, 1808~1890)을 배출한 마을이라는 자부심이다. 릿슨이 운영하던 주점 겸 여인숙 '샌턴브리지 인'에서는 매년 11월 세계 최고의 거짓말쟁이 대회가 열린다.

릿슨은 '진지한 어조'의 엄청난 허풍으로 주민과 여행자들을 웃기곤 했다고 한다. '와스데일에서 자라는 순무는 워낙 커서 하나만 따서 속을 파내면 주민 모두의 한끼 식사가 되고 껍데기는 양 우리로 쓸 수 있을 정도'라는 식의 그의 농담은 고립된 산골 주민들에겐 릿슨 버전의 '걸리버 여행기'였다.

주민들이 릿슨의 전설을 '거짓말 대회'로 계승한 것은 2003년부터였다. 누구든 참가해 5분 동안 기량을 뽐내되 소품이나 원고를 휴대할 순 없고, '프로 거짓말쟁이'인 정치인과 변호사는 참가할 수 없다는 단서가 달려 있었다. 2007년 자칭 한 성직자가 "내 생애 단 한 번도 거짓말을 해본 적이 없다"는 말 한마디로 우승을 차지한 뒤 재담 시간이 2~8분으로 묶였고, 근년의 변호사는 참가가 허용됐다.

대회 소식은 영국은 물론, 세계 주요 언론에도 심심찮게 중계된다. 참가자나 관람자는 입장료(올해 12파운드)를 내면 레이크 디스트릭트(Lake District) 국립공원의 단풍과 마을 정취를 '덤'으로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오늘 예정된 올해 대회는 코로나 때문에 취소됐다.

사실 최고의 거짓말쟁이는 마을 주민들이다. 그들은 자신의 마을과 일대 국립공원이 빙하와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게 아니라 거대한 두더지와 장어의 작품이라고 주장한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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