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의과학대 바이오공학과 교수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정의하는 ‘건강한 노화’는 다소 추상적이다. “사람이 평생 동안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환경과 기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건강한 노화를 위해서는 선행돼야 하는 것은 무엇보다 심각한 질병에 걸리지 않아야 한다.
질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면역력 강화가 중요하다. 나이가 들면 면역 체계가 약해져 독감ㆍ폐렴ㆍ대상포진 같은 질병에 걸리기 쉽고 당뇨병ㆍ심장병 등 기저 질환이 있으면 합병증 가능성도 높아진다.
면역력을 높이는 쉬운 방법이 예방접종이다. 매년 4만5,000명 정도가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는 질병으로 인해 목숨을 잃고 있다. 이 때문에 65세 이상 고령인에게는 독감 백신, 폐렴 예방을 위해 폐렴구균 백신, 대상포진 백신, 파상풍-디프테리아-백일해 백신(Tdap) 등의 접종이 권장된다.
독감 예방접종을 하면 2주 뒤쯤 항체가 생긴다. 면역력 유지 기간이 6개월 정도에 불과하기에 매년 접종해야 한다. 국내에선 독감이 대개 12월부터 본격 유행하므로 백신의 항체 생성 기간, 면역력 유지 기간 등을 고려할 때 10~11월이 접종 적기다.
특히 올해에는 독감과 코로나19가 동시에 감염되는 트윈데믹(twindemic)이 우려되기에 독감 백신 예방접종이 더욱 중요하다. 독감 백신은 건강한 성인에서 70~90%, 고령인에서 20~50% 정도의 예방 효과를 가져다 준다. 물론 달걀ㆍ라텍스 알레르기가 있거나, 독감 백신에 심각한 반응을 보인 적이 있거나, 길랭-바레 증후군을 앓으면 독감 예방접종 전에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열이 난다면 가라 앉은 뒤에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독감 백신 예방접종 후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접종을 꺼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질병관리청은 지난달 31일 예방접종 후 목숨을 잃은 83명 가운데 72명은 예방접종과의 인과성은 매우 낮다고 결론지었다.
독감 고위험군이라면 폐렴구균 백신 예방접종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폐렴구균은 우리나라 고령인 입원 원인 3위 질환인 폐렴뿐만 아니라 뇌수막염ㆍ패혈증 등을 일으킬 수 있다. 65세 이상 고령인은 폐렴구균 백신(23가 다당질백신)을 무료로 접종할 수 있다. 무료 접종한 고령인은 1년 뒤 병ㆍ의원에서 다른 폐렴구균 백신인 13가 단백접합 백신을 유료로 맞는 것이 좋다.
또한 면역력이 떨어질 때 불쑥 찾아오는 대상포진을 막기 위해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 대상포진은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가 어릴 적 수두를 일으킨 뒤 몸속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지면 발병한다. 대상포진은 면역력이 떨어진 50대 이상에서 많이 발생하기에 50세가 넘었다면 1회만 접종하면 된다. 예방접종으로 51~70%의 예방 효과가 있고, 병에 걸려도 합병증인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완화하기 때문이다.
파상풍-디프테리아-백일해 백신은 청소년기에 한 번 맞은 사람이라도 10년마다 추가로 접종하는 것이 좋다. 특히 65세 이상이라면 백일해 성분이 없는 파상풍-디프테리아 백신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건강한 노화는 모든 이의 바람이다. 과로와 스트레스, 불규칙적인 생활 등을 피하고 적절한 식생활과 꾸준한 운동 등으로 이를 달성할 수 있다. 덧붙여 면역력을 높이는 예방접종으로도 건강한 노화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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