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광주항일학생운동
백인 경찰이 아프리카계 미국인 조지 플로이드를 숨지게 한 사건으로 시작된 미국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6월 1일 반파시스트 단체 '안티파(ANTIFA)'를 배후로 지목, '테러조직' 지정을 선언했다. 트럼프에게 초대형 인종 차별 이슈는 오늘 치를 대선에서 자신의 목을 짓누를 백인 경찰의 무릎 같은 거였다.
1930년대 독일의 반파시즘 시민운동 단체 '안티파시스티쉬(antifaschistisch)'에서 유래했다는 '안티파'는 리더도 조직 현황도 알려진 바 없는 무정형 집단이다. 권위주의와 반인권 반자본주의적 이념에 좌파 성향의 시민들까지 가세해 이슈가 있을 때마다 SNS 등을 통해 결집하며, 2016년 대선 이후 활동을 본격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티파'란 정체성을 지니고 인종시위에 가담한 이들도 물론 있었겠지만, 다수 언론은 안티파를 '배후'라고 의심할 만한 근거도, 대통령에게 국내 단체를 테러단체로 지정할 권한도 없다고 전했다.
'배후(背後)'란 한국인에게 특히 익숙한 낱말이다. 광복 이후 권위주의 권력은 거의 모든 반정부 시위와 운동의 배후를 가공해냈다. 가장 만만한 게 북한이나 남파 공작원 등 빨갱이였고, 야당과 재야 정치단체였다. 드러난 배후는 더이상 배후가 아니지만, 그들은 언제나 연기처럼 사라졌다가 시위 때마다 등장하는 불사의 유령이었고, 시위대엔 운명처럼 끈질긴 올가미였다.
'배후'는 존재 자체가 아니라, 그 말이 바이러스처럼 지닌 윤리적 의혹에 존재 의의가 있다. 지목된 배후는 숨어 있는 비겁자이고, 시위 주체는 부화뇌동하는 허수아비가 된다. 트럼프는 '안티파 배후'를 자신과 맞붙은 민주당 후보 조 바이든이라고 느슨하게 지목했다.
1929년 11월 3일 전남 나주역 광장에서 시작된 한국인·일본인 통학생 집단 난투극이 광주항일학생운동으로, 해를 넘겨 전국 학생동맹휴업과 독립운동으로 확산된 데는 광주고보 출신 유학생들과 좌익단체, 신간회 등의 조직적인 개입 덕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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