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동상이몽'
미국 대선이 목전에 다가오면서 전 세계가 바쁘게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정권 교체를 이룰지에 따라 각국의 정치·외교안보·경제 상황에 적잖은 변화가 올 수 있어서다. 섣불리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운 터라 각국이 구체적이거나 직접적인 의사 표명은 피하고 있다. 하지만 언뜻언뜻 결과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내비쳐지는 건 인지상정인 듯하다.
"그래도 트럼프"… 반사이익 기대하기도
영국은 이번 미국 대선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외교정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선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가 4년 더 계속된다면 국제 정세에는 지난 4년간보다 더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다. 현 보리스 존슨 총리 내각 입장에선 '미영 브로맨스'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때문에 존슨 총리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바라고 있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특히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Brexitㆍ브렉시트) 이후 미래관계 협정에서 난항을 겪으면서 존슨 총리가 미국과의 밀착에 더 무게를 둘 것이란 관측이다. 영국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은 존슨 총리의 집권 연장에 희망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성공을 바라는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두 지도자 모두 보수주의와 포퓰리즘에 기반한다는 공통점이 있고, 보우소나루 대통령으로선 재선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의 지원이 필수이기도 하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브라질을 비(非)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으로 선언하는 등 브라질의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가입을 지원해왔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에선 이러한 도움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많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한 측근은 최근 미 ABC방송에 "대통령과 부인이 트럼프의 재선 승리를 매일 신에게 기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중국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바란다는 얘기가 나온다. 무역전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책임론 등을 비롯해 미국과 전방위 갈등을 빚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으로 미국의 글로벌 신뢰도와 영향력이 하락할 경우 그 틈을 노릴 수 있는데다 단기적으로도 '거래'가 가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ABC는 "베이징 당국자들은 트럼프의 혼란스럽고 신뢰할 수 없는 행동이 미국의 영향력을 감소시킴으로써 중국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바이든이 집권해야 국제 외교 정상화할 것"
전통적으로 미국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프랑스는 바이든 후보의 당선을 바라는 모습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구체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지만, ABC는 "엘리제궁 등 프랑스 고위층은 바이든 후보를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가 바이든 후보의 당선을 바라는 가장 큰 이유로는 트럼프 정부가 국제 외교질서를 사실상 붕괴시키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파리기후협정이나 이란핵협정 등에서 트럼프 정부가 보인 모습은 극단적인 일방주의에 가까웠다는 것이다. 포퓰리즘 성향이 강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마린 르펜 등 극우 포퓰리스트의 세력화를 부추길까 우려하는 측면도 있다.
프랑스와 함께 EU의 주축인 독일 역시 내심 바이든 후보의 승리를 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4년간 미국과 유럽 간의 전통적 호혜 관계가 무너지면서 자칫 '대서양 동맹'의 붕괴로까지 치달을 수 있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퓨리서치센터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독일인 중 26%만이 미국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이는 2003년 미국의 독단적인 이라크전쟁 점화 직후와 비슷한 수치다. 안드레아스 클루스 블룸버그통신 독일 담당기자는 "트럼프가 이기면 대서양에서 균열이 심화하겠지만 바이든이 이기면 독일에선 축배의 샴페인 소리가 요란할 것"이라고 썼다.
미국 코 앞에 위치한 '칼날' 쿠바는 트럼프 대통령의 낙선을 바라는 기류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정상화했던 양국 관계가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어서다. 쿠바 당국자들은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경우 오바마 정부의 유산을 재구축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누가 승리하든 … 별다른 변화 없을 것"
러시아는 2016년에 이어 올해 미국 대선에도 적극 개입하려 한다는 의심을 사고 있고, 이 때문에 '친(親)트럼프'로 평가되는 일이 잦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누가 대선에서 승리하든 향후 일정 기간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BC는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가 러시아에 친근하게 다가왔지만 4년 전의 '라시아 스캔들' 등으로 이미 관계가 악화돼 있어 재선하더라도 노골적인 파트너십 구축이 쉽지 않을 것이고, 바이든 후보의 경우 당선된다면 러시아에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멕시코는 상대적으로 차분한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바이든 후보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돈독한 관계에 있지만 국경장벽 문제 등으로 적잖은 곤란을 겪어 왔다. 반면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이민 정책이 온건해질 수 있다는 기대를 걸고 있다고 ABC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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