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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만에 한일 국장급 대면 협의..."안개 걷혔지만 뻘밭과 지뢰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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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만에 한일 국장급 대면 협의..."안개 걷혔지만 뻘밭과 지뢰 여전"

입력
2020.10.29 21:1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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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징용 등 각론에서 입장차 재확인?
연내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 어려울 듯


다키자키 시게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김정한 아시아태평양 국장과 비공개 한일 국장급 협의를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다키자키 시게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김정한 아시아태평양 국장과 비공개 한일 국장급 협의를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과 일본이 8개월 만에 외교 국장급 대면 협의를 열었다. 일제 강제동원·수출규제 등의 문제로 냉랭했던 양국이 대화 의지를 보이면서 캄캄했던 한일관계의 안개는 일단 걷혔다. 그러나 각종 현안에 대한 입장차만 서로 확인한 수준이라 관계 개선까지 갈 길이 멀다.

스가 이후 한일 물밑은 핑크빛?

김정한 외교부 아시아태평양 국장은 29일 오전 외교부 청사에서 다키자키 시게키(瀧崎成樹)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과 만나 양국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한일 외교국장급 대면 협의는 지난 2월 6일 서울에서 이뤄진 게 마지막이다.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고려해 화상 협의가 진행됐으나, 한일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지난 6월 24일 이후 화상 협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대화 재개 의지는 일본이 먼저 발신했다. 외교 관례상 한국이 일본을 방문할 차례지만 일본이 한국을 직접 찾았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 취임 이후 한일관계 방향 재설정에 대한 일본 당국의 고민이 담긴 행보로 해석된다. 스가 총리의 측근인 가와무라 다케오 일한의원연맹 간사장도 이달 18일 한국을 찾아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이낙연 민주당 대표, 김진표 한일의원연맹 회장 등 정부와 정계인사를 줄줄이 만난 바 있다. 외교부 당국자도 이날 "스가 총리 취임 후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일본 측의 의지가 좀 더 높아진 것 같다"고 국장급 협의 분위기를 전했다. 오카다 나오키 일본 관방 부장관도 일본 기자들을 상대로 한 기자회견에서 이날 "회의에선 솔직한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이달 21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기자회견 중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이달 21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기자회견 중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마주 앉긴 했지만… 여전히 '불편한 사이'

한일 양측은 2시간 가까이 대화를 나눴지만 핵심 갈등 사안인 강제동원 배상 판결과 일본의 수출규제 문제 등에 대한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한국 정부는 강제동원 문제에 대해선 사법부 판단을 존중해 일본 정부와 피고 기업들이 성의 있는 조치를 취하고, 일본 측은 부당한 수출 규제를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일본은 강제 동원 판결은 국제법 위반이고 한국 측이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국장은 이날도 같은 취지의 입장 설명을 했고, 다키자키 국장 역시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국장은 이와 함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에 대한 우리 측의 엄중한 인식과 심각한 우려도 전달했다. 외교부는 이 문제에 대한 다키자키 국장의 반응에 대해 "일본 측이 입장을 밝혔다"고만 전해, 해당 사안 역시 별다른 진전이 없음을 시사했다. 한국 정부가 연내 개최를 추진 중인 한·중·일 정상회의에 일본 측의 호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일본이 명확한 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내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일 양 국장은 차기 만남에 대한 일정도 확정하지 못한 채 협의를 마쳤다.

다만 이번 만남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그 동안 한일 사이에 안개가 끼어있다가 걷혔지만 (눈 앞엔 여전히) 뻘밭과 지뢰가 있다"며 "그래도 한일 양국이 어떻게든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당국자는 "한일 갈등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인 강제징용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풀어야할 문제들이 많이 남아있다"면서 한일 간 매듭이 쉽게 풀어질 수 없다는 점을 내비쳤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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