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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겨우 되찾은 불화가 쭈글쭈글… 조계종의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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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겨우 되찾은 불화가 쭈글쭈글… 조계종의 한숨

입력
2020.10.29 19:00
수정
2020.10.29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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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ㆍ경찰, 도난 문화재 32점 회수

2001년 도난된 뒤 19년 만에 회수된 구례 화엄사 시왕도. 돌돌 말려 보관돼 온 탓에 주름이 생겼다. 대한불교조계종 제공

2001년 도난된 뒤 19년 만에 회수된 구례 화엄사 시왕도. 돌돌 말려 보관돼 온 탓에 주름이 생겼다. 대한불교조계종 제공

1862년 제작된 전남 구례 화엄사의 불화 시왕도. 잘 보전하던 걸 2001년 도난 당했다. 추적 끝에 드디어 20년 만에 되찾았다. 반가운 마음에 펼쳤을 때 낙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장물이라 훔쳐간 사람도 오금이 저렸던 모양이다. 줄곧 돌돌 만 채 컨테이너 안에다 숨겨 뒀으니 그림 상태가 온전할 리 없다. 굵은 주름이 잡힌 건 물론, 딱딱하게 굳어 버려 제대로 펼 수 없거나 색이 바래고 떨어지는 부분까지 생겼다. 불화로서의 가치가 상당히 떨어진 상태였다.

대한불교조계종은 29일 경찰과의 공조 작업을 통해 1988~2004년 도난된 불교 문화재 32점을 회수했다고 밝혔다.

조계종은 도난 불교 문화재를 찾기 위해 1월 국내외 경매 시장을 집중 점검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도난 문화재로 등재된 포항 보경사 불화 2점이 한 경매에 나와 있음을 확인하고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신고했다. 경찰은 이 불화를 압수한 뒤 거래선을 추적하며 도난 문화재 수사를 벌였다. 7월 경찰과 조계종 문화재 담당자가 함께 도난 문화재 은닉처를 확인했고, 이곳에서 도난 문화재 총 32점을 찾아냈다.

조계종 관계자는 “한 여름, 그 뜨거운 컨테이너 안에서 그림들이 제대로 보존될 수 있었겠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보관 불량으로 그림이 망가지기도 했지만, 불화 아래 화기(畵記ㆍ제작 시기나 봉안처를 적어 둔 기록)를 일부러 훼손한 것도 적지 않았다. 도난 문화재라는 사실을 숨기고 거래하기 위한 것이다.

조계종은 되찾은 도난 문화재가 원래 사찰로 돌아갈 수 있게 지원할 계획이다. 아울러 문화재보호법상 도난 관련 공소시효 확대, 문화재에 대한 선의취득 제도 폐지 등 도난 예방 및 회수된 도난 문화재의 조속한 환지본처(還至本處ㆍ본래의 자리로 돌아감)를 위한 제도 개선 노력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권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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