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가을 들판은 어딘지 모르게 쓸쓸하고 황량하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는 얼마 남지 않은 잎새마저 땅으로 떨어진다.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가 자리를 지킨다. 그렇다고 바람이 모든 것을 데리고 간 것은 아닌 것 같다. 나무 주위에는 은빛 찬란한 억새들이 가을을 만끽하며 넘실대고 있다. 아무리 세찬 바람이 불어도, 홍수에 물이 넘쳐 밀려오는 세찬 물결에도 유연한 몸짓으로 자리를 지킨다. 이런 억새를 보고 있으면 세월의 온갖 풍파를 다 견디고 백발이 된 부모님의 얼굴이 생각난다. 어느새 백발이 되어버리신 부모님의 주름진 얼굴에도 이제는 편안한 웃음만 남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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