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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접스럽게 놀아댔다"...미국 다녀온 서훈 맹비난한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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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접스럽게 놀아댔다"...미국 다녀온 서훈 맹비난한 북한

입력
2020.10.29 09:40
수정
2020.10.29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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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훈 국가안보실장이 방미 일정을 마치고 1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뉴시스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방미 일정을 마치고 1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이 최근 미국을 방문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공개 비난했다. 문재인 정부 남북관계를 이끌어온 핵심 인물인 서 실장을 직접 겨냥해 원색적인 비난 표현을 퍼부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다음달 3일 미국 대선이 다가오면서 한미 밀착 움직임에 경고를 보내는 한편, 향후 남북관계에서 미국에 끌려가면 안된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9일 '동서남북도 모르고 돌아치다가는 한치의 앞길도 없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 제목의 기사에서 "남조선의 청와대 국가안보실실장이란 자가 비밀리에 미국을 행각하여 구접스럽게(몹시 지저분하고 더러운) 놀아댔다"며 서 실장을 직접 겨냥했다. 서 실장은 지난 13~16일 미 워싱턴DC를 방문해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 등을 만나 한미관계 현안을 논의했다.

북한은 서 실장이 미국 방문 당시 기자회견에서 "남북관계는 단순히 남북만의 관계라고 할수 없다", "남북관계는 미국 등 주변국들과 서로 의논하고 협의해서 풀어야 할 문제"라고 한 발언을 콕 집어 "얼빠진 나발"이라고 깎아내렸다. 서 실장의 발언이 "신성한 북남관계를 국제관계의 종속물로 격하시킨 망언"이며 "민족자주를 근본 핵으로 명시한 역사적인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에 대한 남조선 당국의 공공연한 부정이고 배신"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남북관계는 미국과 관계없이 '우리 민족끼리 풀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통신은 "북남관계는 말 그대로 북과 남 사이에 풀어야 할 우리 민족 내부 문제이고, 외세에 빌붙거나 다른 나라 그 누구와 논의하고 도움을 받아야 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북남관계에 수십년 몸담았던 사람(서 실장)이 모든 문제를 푸는 근본 열쇠가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데 있다는 것을 모른단 말인가"라고 반발했다.

통신은 이어 "한때 운전자론이요, 조선반도운명의 주인은 남과 북이라던 객기는 온데간데 없고 상전(미국)의 버림을 받을가봐 굽신거리는 모양새는 눈 뜨고 봐주기 민망스럽다"며 "오죽하면 뼈속까지 친미의식에 쩌들어 있는 '미국산 삽살개'라는 야유가 울려 나왔겠느냐"고 비난했다.

서 실장을 겨냥한 북한의 비난은 이례적인 일이다. 북한은 지난 6월 남북 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로 군사행동을 보류하면서 우리 정부에 대한 비난도 자제했다. 대외선전매체가 아닌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식 대남 비난'에 나선 것도 6월24일 이후 4개월여 만이다. 다만 조선중앙통신은 대외매체여서 북한 주민들에게는 해당 내용이 공개되지 않는다.

북한이 수위 높은 대남 비난을 재개한 것은 코앞에 닥친 미국 대선 이후를 대비해 우리 정부의 향후 대미 정책에 영향을 주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날 "서 실장을 겨냥한 노골적인 비난과 경고는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든,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든 당당하게 처신하라는 의미"라며 "남북관계는 미국으로부터 자율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복원을 기대하지 말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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