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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몸 굳고 진로 걱정에 막막"...비대면 체육서 '빛'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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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몸 굳고 진로 걱정에 막막"...비대면 체육서 '빛' 봤다

입력
2020.10.30 04:30
수정
2020.11.09 11:4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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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생활체육이 몰고올 변화>


서울의 한 고등학교 소프트볼팀에서 유격수로 뛰고 있는 정모(17)양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여파로 지난 3월부터 9월까지 운동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연습실내 체육 시설은 잠겼고, 숙소 생활은 금지됐다. 초등학교 5학년부터 운동을 시작, 체육 관련 전공으로 대학진학을 꿈꾸던 정양에게 닥친 최대 위기였다. 정양은 29일 "코로나19로 운동을 많이 못 한 데다 거의 집에만 있다 보니, ‘이러다 꿈을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급증한 우울증... 비대면 체육활동으로 '진화'

코로나19가 빼앗은 건 육체의 건강뿐만이 아니었다. 감염병으로 학교생활과 외부 활동에 제약이 따르다 보니 많은 청소년들의 꿈은 흔들렸다. 오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간관계가 끊기면서 마음의 병을 앓는 이들도 급증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3~7월 우울증 등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은 이는 71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만명이 늘었다. 외부 활동은커녕 운동량이 줄어 뚝 떨어진 몸과 마음의 ‘체력’은 코로나19 장기화가 낳은 대표적 악영향이었다.

코로나 사태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하늘만 보고 있을 수는 없는 일. 또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물론, 인류는 환경을 개척해왔다는 점에서, 생활체육도 이제 궤를 달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른바, 비대면 생활 체육의 강화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위험을 최소화하면서도 시민들이 몸과 마음을 스스로 지킬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비대면 생활 체육 프로그램 발굴에 가장 앞서 있는 지방자치단체는 서울시다. '따로 또 같이'를 화두로 내세워 감염병 시대 생활 체육의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

올해 20회를 맞는 '여성 마라톤'과 서울 명소를 걷는 '서울트레킹' 행사를 지난달 온라인 대면, 즉 온택트(Ontact) 방식으로 치른 게 대표적인 예다. 참가자들은 주거지 인근에서 각자 정한 코스에서 걷거나 달려 대회에 참가했다. 각 지역에서 홀로 혹은 소규모로 마라톤이나 걷기를 하고 그 모습을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찍어 인증하는 방식이었다. 특정 장소에 수천명이 우르르 몰려 거친 숨을 몰아쉬고 땀과 침방울을 사방으로 흩날려 감염병을 전파할 우려가 없는, '친 방역' 마라톤 및 트레킹 실험이다. 오프라인에서 감염병을 최소화할 수 있는 비대면 생활 체육 프로그램으로 코로나19로 지친 시민에게 활력을 주자는 게 기획 취지였다.


태권도도 '온택트'로... 시의 실험

반응은 예상외로 뜨거웠다. 지난달 서울트레킹에 참여한 인(30)모씨는 "코로나19로 집에만 있다 보니 우울감을 쉬 떨칠 수 없었다"며 "어디 멀리 가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서울트레킹 공지를 우연히 접했고, 가족과 함께 참여해 모처럼 즐거운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인씨는 부모님과 남동생 등과 함께 마스크를 쓴 채 노원구 집 근처 경춘선 숲길 5km를 두 시간여 동안 걸었다.

비대면 생활 프로그램은 '위드 코로나' 시대, 진로 개발의 디딤돌이 되기도 한다. 시는 전ㆍ현직 국가대표를 섭외해 초ㆍ중ㆍ고 스포츠 꿈나무를 대상으로 내달 5일부터 세 차례에 걸쳐 유튜브 채널로 멘토링을 해주는 '스포츠멘토링 온라인 라이브 교실'을 연다. 운동을 하지 못해 몸도 굳고 대학 진학 고민도 커진 정양은 궁리 끝에 '스포츠멘토링 라이브 교실'을 신청했다. 정양은 "온라인 멘토링 프로그램으로 운동하는 방법뿐 아니라 어떻게 운동으로 자리를 잡게 됐는지 등을 물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양은 온라인 멘토링 참여를 통해 코로나19로 꺼진 꿈에 다시 불을 붙이고 있었다. 스포츠 스타가 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물품으로 운동 방법을 알려주고, 각자 집에서 따라하는 '서울아 운동하자' 홈 트레이닝 영상은 정양 뿐만 아니라, 감금 아닌 감금 생활에 지친 전국의 남녀노소에 인기다.

시는 비대면 생활 체육 활성화를 위해 톡톡 튀는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내달 언택트 방식으로 '온라인 태권도 원 챔피언십'을 연다. 태권도 대회가 온라인으로 과연 될까 싶지만, 태권도 수련자들이 개별적으로 찍은 영상을 심사위원들이 돌려보며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다. 경쟁심 유발에는 부족함이 없다. 비슷한 방식으로 시는 내달 '어린이 온라인 줄넘기 대회'와 온라인 실시간 쌍방향 강의로 이뤄질 요가 교실도 지원한다.


비대면 생활체육 강화... "공동체 회복에도 역할"

이런 비대면 스포츠 복지 강화는 공동체 회복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황선환 서울시립대 스포츠학과 교수는 "스포츠의 중요한 기능이 바로 사회화"라며 "코로나19로 비접촉이 중요시되면서 개인주의가 강조되는 시대에 비대면 생활 체육 활성화가 공동체 정신 회복으로 연대를 확인하게 해주는 다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대면 생활 체육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운동의 '뉴 노멀'이 된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시는 참여형 거리두기 생활체육 프로그램을 앞으로 더 확대할 계획이다. 주용태 시관광체육국장은 "코로나19가 일상으로 자리 잡은 요즘, 거리두기를 준수하며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생활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시는 다양한 생활체육 프로그램과 플랫폼 지원을 통해 시민들이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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