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은퇴 기자회견
그라운드를 떠나는 K리그 마지막 1970년대생 이동국(41ㆍ전북)은 아직 몸 상태는 건재하다고 했다. 다만 그가 은퇴를 선언한 건 “정신이 나약해지는 걸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직 은퇴 후 무엇을 할 지 정하진 않았다는 그는 “마지막 경기에서 우승컵을 들고 은퇴할 수 있다면 정말 멋진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국이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23년간의 선수 생활을 정리하는 은퇴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곳은 지난 2009년부터 약 12년 간의 ‘축구인생 후반전’을 완벽히 소화한 무대다. 전북에 입단하기 이전까지 약 11년의 선수 생활엔 굴곡이 많았지만, 전북 유니폼을 입은 뒤부턴 무려 7차례의 K리그 우승과 한 차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누구도 부럽지 않은 K리거로 살아왔다.
그래서인지 이동국은 자신의 축구인생 최고의 기억으로 전북 유니폼을 입은 첫 해인 2009 시즌 우승을 꼽았다. 그러면서 1998년 포항에서 처음 프로 유니폼을 받았을 때도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꼽았다. 그는 “구단에서 33번과 내 이름이 적힌 유니폼을 줬는데, 그 때(그 유니폼을) 며칠 동안 입고 잤다”고 말했다.
선수인생에서 가장 최악의 순간은 2002년 한일월드컵과 2006년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겪은 충격을 꼽았다. 이동국은 “2002년 한일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포함되지 않았던 기억은 잊지 못할 것”이라며 “그 때의 기억이 운동을 오래 할 수 있게 한 보약이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2002년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2006년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모든 걸 쏟아 부었으나 (월드컵을)두 달 남기고 부상 당했을 때가 가장 아쉬웠고, 힘들었다”고 했다.
이동국이 프로 무대에 뛰어든 이후 각급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뛴 공식 경기 숫자는 총 844경기, 통산 득점은 344골이다. 둘 다 역대 한국 선수 중 최고 기록이다. 월드컵에 두 차례 출전하는 등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 105회(역대 10위)에 출전해 33골(역대 공동 4위)을 넣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골을 묻자 그는 2004년 독일과 평가전에서 넣은 발리 슛을 꼽았다. “공이 발에 맞은 그 찰나의 순간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그는 말했다.
유럽 무대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한 건 쓰디쓴 기억이다. 2007년 몸 상태가 완전치 않은 상태에서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에 진출했으나 쓴맛을 보고 돌아왔던 이동국은 “그럼에도 그 때로 돌아간다면 (해외 진출에)도전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도전을)해 봤으니까 이렇게 말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후배들에게도 해외 무대에 도전해보라고 늘 얘기한다”고 했다.
차분하게 과거를 돌아보던 이동국은 가족 이야기에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이동국은 "내가 은퇴한다고 하니까, 아버지께서 본인도 은퇴해야겠다고 하시더라"며 "프로 생활은 23년이지만, 축구 시작부터 뒷바라지를 30년 넘게 해주셨다. 아버지도 은퇴하겠단 말씀을 듣고 가슴이 찡했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님께 고생하셨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동국의 마지막 경기는 내달 1일 열리는 대구와의 K리그1 시즌 최종전이다. 이날 전북은 비기기만 해도 리그 4연패와 통산 8번째 우승에 성공하게 된다. 그는 “마지막 경기에서 우승컵을 들고 은퇴하는 선수가 과연 몇 명이나 되겠느냐”며 “꼭 승점 3점을 가져오면서 우승하겠다”고 다짐했다. 끝으로 그는 팬들에게 “과분한 사랑을 주셔 너무나도 감사하다”며 “마지막까지 골 넣는 스트라이커로 남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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