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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을 맞는 야당의 자세... '이게 나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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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을 맞는 야당의 자세... '이게 나라냐!'

입력
2020.10.2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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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면전에? '나라가 왜이래'' 들이댄 야당 의원들
이명박 정권 당시 민노당 의원들의 배너시위가 원조
대통령 탄핵안 통과시키고도 악수는 했던 우리 정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4년 6월 7일 오전 국회를 찾아 제17대국회 개원 축하연설을 마친 뒤 의장실에서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대표와 웃으며 악수를 나누고 있다. 이날은 한나라당이 주도한 대통령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된 지 한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4년 6월 7일 오전 국회를 찾아 제17대국회 개원 축하연설을 마친 뒤 의장실에서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대표와 웃으며 악수를 나누고 있다. 이날은 한나라당이 주도한 대통령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된 지 한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후 퇴장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나라가 왜이래' 피켓을 든 채 항의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후 퇴장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나라가 왜이래' 피켓을 든 채 항의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에 도착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정면에서 라임ㆍ옵티머스 특검을 요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에 도착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정면에서 라임ㆍ옵티머스 특검을 요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나라가 왜 이래'

28일 새해 예산안 시정 연설을 위해 국회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을 맞은 것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피켓과 구호였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관에 도착해 본회의장으로 향하는 문 대통령을 향해 '이게 나라입니까 국민의 요구에 정직하게 답하십시오!'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펼쳤고, 손에손에 피켓을 든 채 구호를 외쳤다.

야당 의원들이 이날 대통령 면전에 들이댄 '이게 나라냐!'는 과거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을 비판하고 시대를 한탄하던 촛불 시위대의 대표적인 구호였다. 결국 정권교체를 통해 야당으로 전락한 국민의힘으로서는 촛불혁명으로 들어선 현 정권의 총체적 국정 난맥상을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이 같은 구호를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2016년 10월 29일 서울 청계천 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하야·탄핵을 촉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에서 한 시민이 '이게 나라냐'라고 적힌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6년 10월 29일 서울 청계천 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하야·탄핵을 촉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에서 한 시민이 '이게 나라냐'라고 적힌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문재인 대통령 예산안 시정연설이 끝나자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고있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피켓을 걸어 놓고 있다. 오대근 기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문재인 대통령 예산안 시정연설이 끝나자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고있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피켓을 걸어 놓고 있다. 오대근 기자


여야는 이날 본회의장에서도 상반된 행동을 취했다. 대통령이 입장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기립박수를 보내며 환영했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의석 단말기 앞에 피켓을 걸어 놓고 앉았다. 연설 도중에도 민주당 의원들이 박수로 호응한 데 반해, 국민의힘 의원들은 시종 냉랭한 표정을 지었다. 연설을 마친 문 대통령은 야당 의석 쪽 통로를 지나며 국민의힘 의원들과 눈 인사를 나누었는데, 일부는 대통령을 향해 '나라가 왜이래' 피켓을 들어 보이기도 했다.

역대 야당의 대통령 앞 피켓시위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통령을 향한 야당 의원들의 의사표현은 이명박 전 대통령 당시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벌인 배너 시위가 원조다. 2008년 10월 이 전 대통령이 연설을 하는 동안 이정희 대표를 비롯한 민노당 의원들은 '서민 살리기가 우선입니다'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등의 문구가 쓰인 배너를 펼쳐 보였다.

2008년 10월 27일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예산안 시정연설 도중 배너를 펼치고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08년 10월 27일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예산안 시정연설 도중 배너를 펼치고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6년 10월 박근혜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정운영과 예산편성에 관한 시정연설을 하는 동안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6년 10월 박근혜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정운영과 예산편성에 관한 시정연설을 하는 동안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최순실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2016년 10월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하는 동안 '#그런데 비선실세들은?'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어보였고, 일부 무소속 의원들도 이와 같은 '행동'에 합류했다.

촛불혁명으로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자 피켓의 주인은 국민의힘의 전신이자 야당인 자유한국당 의원들로 바뀌었다. 2017년 11월 한국당 의원들은 '공영방송 장악 음모!' '북 나포어선 7일간 행적 밝혀라' 등 문구가 적힌 붉은색 대형 현수막을 본회의장에서 펼쳐 들었다. 일부 의원들은 연설을 마치고 다가온 문 대통령의 악수를 거부하기도 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2019년 10월엔 인사를 청하며 다가오는 문 대통령을 외면한 채 떼를 지어 퇴장해 버렸고, 문 대통령은 멋적은 미소를 지으며 일부 소수 의원들하고만 인사를 나누어야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도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에서 연설을 마치고 인사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현수막을 들고 항의시위하고 있다..오대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도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에서 연설을 마치고 인사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현수막을 들고 항의시위하고 있다..오대근 기자


2018년 10월 2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새해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인사를 위해 자유한국당 의원들 측으로 향하자 대다수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외면한며 퇴장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2018년 10월 2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새해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인사를 위해 자유한국당 의원들 측으로 향하자 대다수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외면한며 퇴장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대통령 탄핵안 통과시킨 야당 대표도 국회 찾아온 대통령과 악수는 했다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입법부인 국회를 찾아 예산안 등의 협조를 구하는 일은 삼권이 분리된 민주주의 체제에서 매우 중요한 정치행위다. 정부여당과 대립각을 세우고 정권에 대한 비판을 아끼지 않는 것이 야당의 책무인 것은 사실이나, 국회를 찾아 온 '손님'을 홀대하거나 망신을 주는 것은 지나치다는 여론이 적지 않다.

대한민국 국회, 야당이 대통령을 맞이하는 자세는 원래 신사적이었다. 지난 2004년 6월 7일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제17대 국회 개원 축하연설을 위해 국회에 온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의장실에서 만나 웃으며 악수를 나눴다. 이 날은 박 대표가 이끄는 한나라당이 통과시킨 대통령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된 지 한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에 반해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옵티머스 사태 특검 수용을 요구하며 28일 의장실에서 열린 대통령과의 환담 자리마저 불참했다.


2005년 2월 노무현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 국회를 찾아 대통령 취임 2주년 국정연설을 하기에 앞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05년 2월 노무현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 국회를 찾아 대통령 취임 2주년 국정연설을 하기에 앞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접견실에서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 앞서 박병석 국회의장 및 여야지도부 등과 환담하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라임 옵티머스 사태 특검 수용을 요구하며 이날 사전 환담에 불참했다. 오대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접견실에서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 앞서 박병석 국회의장 및 여야지도부 등과 환담하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라임 옵티머스 사태 특검 수용을 요구하며 이날 사전 환담에 불참했다. 오대근 기자


오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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