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1층 주차장 없애고 시민 위한 문화센터 들어서
27일 개관
지난해 개봉한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에서 현우(정해인)와 미수(김고은)는 낙원상가에서 데이트를 한다.
1969년 지어진 1세대 주상복합건물인 낙원상가는 한때 '문화 낙원(樂園)'으로 통했다. 서울 무교동 음악다방 '쎄시봉'을 중심으로 시작된 통기타 음악 열풍으로 1970~80년대 낙원상가는 국내 최대 악기 상가로 성장했고, 이 건물 4층에 있는 '허리우드' 극장엔 청년들이 몰렸다. 낙원상가엔 늘 음악과 젊음이 있었다.
300여 악기 상점이 몰린 '악기 성지'도 세월의 공격을 견뎌내기는 어려웠다. 낙원상가는 2000년대 중반 들어 도심 재개발로 철거 위기에 놓였다. 그러다 세계 최대 악기상가란 상징성 등 낡은 건물의 보존가치를 인정받아 2013년 서울미래유산으로 등재되면서 부활을 꿈꿨다.
공짜로 녹음하고 연주하는 '서울생활문화센터 낙원'
올해로 건립 51년, 부침을 거듭한 낙원상가가 반 백 년을 지나 새 단장에 나섰다. 어두웠던 상가 1층 주차 공간이 싹 사라졌다. 빈 자리엔 시민을 위한 생활문화공간 '서울생활문화센터 낙원'(낙원)이 27일 문을 열었다.
이날 오후 2시 낙원. 평소 경적만 가득했던 상가 주차장에선 미국 유명 작곡가 조지 거슈윈의 '서머타임' 연주가 흘러나왔다.
연주자는 50대 이상 중년으로 구성된 '낙원 시니어밴드'. 대학교에서 강의하거나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중년 8명이 센터 연습실에 모여 직접 트롬본을 불고 베이스기타 줄을 튕기며 화음과 리듬을 쌓고 있었다. 밴드 단장인 김남균씨는 "젊어서 음악을 좋아했던 분들이 작년에 처음 모여 밴드를 꾸렸다"며 "코로나19로 한동안 쉬었다가 최근 들어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다시 연습하고 있는데, 공짜로 쓸 수 있는 양질의 연습실이 생겨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종각에서 안국동 방향으로 난 110여 m 상가 1층 옛 주차공간(총면적 580㎡)엔 연습실을 비롯해 녹음실, 악기 수리실 등이 11개 사각 모양 부스로 줄줄이 자리했다. 모두 시민을 대상으로 한 공간이다. 녹음실에선 공짜로 녹음을 해, 자신만의 음원을 만들 수도 있다. 프로 음악인이 아닌 음원을 한 번도 발표한 적 없는 평범한 시민들에게 주어지는 혜택이다.
조용필부터 BTS까지... 팬들이 만든 작은 대중음악전시관
상가의 특징을 살려 낙원은 악기와 음악 중심 공간으로 꾸려졌다.
가장 눈길을 끈 곳은 '낙원역사갤러리'. 이곳엔 1990년대를 풍미한 원조 아이돌그룹 서태지와 아이들 팬 소장품을 비롯해 지금 세계를 누비는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 사진 등이 걸려 있었다. 펄시스터즈 LP부터 '가왕' 조용필이 나온 잡지 등 한국 대중음악사의 역사를 엿볼 수 있는 공간이었다.
유연식 시 문화본부장은 "낙원은 낙원상가의 특성과 역사성을 보존해 도시재생사업과 문화가 접목된 공간"이라며 "대중음악의 살아있는 역사인 낙원상가와 낙원이 시너지를 내 상가 일대가 시민 뿐 아니라 외국인도 즐겨 찾는 문화명소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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