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2 보스턴마라톤의 바비 깁
1966년 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23세 여성 바비 깁(Roberta "Bobbi" Gibb, 1942.11.2~ )은 보스턴마라톤 조직위의 출전 불가 통지서를 받았다. '여성은 생리학적으로 마라톤 완주가 불가능하다'는 게 이유였다. 당시 아마추어체육연맹(AAU)은 여성 육상 상한을 1.5마일(약 2.4㎞)로 제한하고 있었지만, 보스턴마라톤에는 그런 규정이 없었다.
깁은 20세 때 혼자 차를 몰고 미국을 횡단하며 수시로 말라뮤트 반려견 '무크(Mook)'와 하루에 40마일도 달려봤고, 터프츠(Tufts)대 중거리 육상 선수 출신 남편(66년 결혼)에게서 기본기도 익힌 여성이었다.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깁은 그레이하운드 버스로 꼬박 나흘 걸려 보스턴으로 이동, 대회 당일 출발선 개나리 덤불 뒤에 숨어 있다가 선수들 틈에 끼어 들었다. 남동생 반바지와 후드티 차림이었고, 당연히 참가 번호는 없었다. 관중들은 진귀한 선수의 선전에 환호하며, 응원했다. 그는 3시간 21분 40초 기록으로 완주했고, 당시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악수를 청하기도 했다. 선수 약 3분의 2가 그의 뒤에 골인했다.
깁은 67년, 68년 대회에도 '부정 선수'로 완주했다. 67년 캐서린 스위츠(Kathrine Switzer)가 정식 등록 선수로 출전했다가 남성 참가자들의 비열한 방해를 받던 무렵, 등번호 없는 깁은 그들보다 약 1시간 거리쯤 앞서 아무런 제지 없이 달리던 중이었다. AAU는 72년 여성 육상 참가 제한 규정을 철폐했다. 근년의 보스턴마라톤 참가자는 약 절반이 여성이다. 대회 조직위는 100주년이던 1996년 깁의 66~68년 완주 기록을 공식 인정했다.
깁은 보스턴미술관 예술과정을 이수하고, 캘리포니아대에서 철학과 수학을 전공한 뒤 의대에 진학하려다 여성이어서 퇴짜맞고는 MIT에서 신경생리학을 공부했고, 74년 뉴잉글랜드 로스쿨에 진학해 78년 변호사가 됐다. 그는 지식·특허 전문변호사로, 조각 및 아크릴 화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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