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경합주 펜실베이니아 잡아야 승리 가능
트럼프, 펜실베이니아 3곳 돌며 지지자 접촉
바이든은 코로나 예방 강조 등 '고공전' 치중
미국 대선이 1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26일(현지시간) 낮 12시 펜실베이니아주(州) 리티츠 랭커스터공항에 마련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유세 행사장. 10도 안팎의 쌀쌀한 늦가을 기온에 간간이 가랑비까지 흩날리는 궂은 날씨였지만 행사장 입구 사거리부터 노점상의 호객 행위로 시끌벅적했다. 빨간색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모자부터 '2020 트럼프에게 투표'라고 쓰인 보드판, 지지 구호로 도배된 티셔츠까지 판매 물품도 다양했다. 그 옆으로 모자, 티셔츠, 깃발 등 다양한 방식으로 트럼프 지지자임을 알리는 남녀노소 백인들이 긴 행렬을 이뤄 행사장을 향하고 있었다.
유세장 입구부터 코로나 예방은 하지만...
주차장에서 10분을 넘게 걸어 도착한 입구에선 자원봉사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발열 체크를 하고 있었다. 마스크 착용을 요청하면서 1회용 마스크를 나눠 주기도 했다. '코로나19 증세가 있거나 아프면 입장하지 말라'는 경고문도 세워져 있었다. 긴 줄을 따라 다시 1시간 가까이 걸려 대통령 경호팀 검색대에 도착하기 직전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외침이 들려 왔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행사장에 들어서자 마스크를 쓰지 않은 지지자가 대부분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온 60대 여성 케이시는 "코로나19는 무섭지 않다. 마스크도 쓰고 싶지 않다. 언론들이 (코로나19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 코로나19나 (트럼프가 뒤지는 것으로 나오는) 여론조사는 믿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행사 시작 시간이 가까워오자 단상 가까운 곳은 발 디딜 틈 없이 지지자로 가득 찼다. 무대가 잘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에서도 빈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행사 주최 측은 "참rk자는 1,000명 이상 수천 명"이라고 설명했다.
예정보다 20분 늦은 오후 1시30분 트럼프 대통령을 태운 전용기가 활주로에 내리자 환호가 커졌다. 대통령 입장 전 백악관 풀기자단이 행사장에 먼저 들어오는 순간엔 반대로 야유가 이어졌다. "언론, 우~우~, 트럼프가 진실이다."
"펜실베이니아 살리겠다"... 트럼프에 환호
20분 뒤 트럼프 대통령이 입장해 단상에 올라서자 환성이 커졌다. 모두 휴대폰을 꺼내들고 그를 찍기 시작했다. "진짜 많은 사람이 왔다"는 말로 연설을 시작한 트럼프 대통령은 85분간 유세를 펼쳤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공격부터 시작해 "펜실베이니아에 일자리를 가져오겠다" "세금을 깎고, 군대를 재정비하고, 규제를 없애겠다" "다른 사람들은 말만 많이 하고 행동은 안 하지만 나는 다르다"는 등 일련의 주장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이 특히 "바이든이 펜실베이니아의 일자리를 다 바깥으로 돌리고 있다. 국경을 열어 여러분을 희생시키고 있다"고 주장하자 박수가 터졌다. 유세장에서 10마일(16㎞) 떨어진 교외지역에 산다는 60대 남성 지지자 밥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자리도 많이 늘렸고, 주가도 크게 뛰지 않았나"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또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펜실베이니아 경제와 관련해 셰일산업 공약으로 지지를 호소했다. 수압파쇄법(수압으로 셰일 석유ㆍ가스를 분리해내는 방법) 중지 문제를 고리로 "바이든이 펜실베이니아의 에너지를 완전히 끝장내려 한다"고 공격했다. 펜실베이니아 북서부 지역은 셰일산업 중심지 중 하나다.
'러스트벨트'의 상징... 올해도 최대 격전지
펜실베이니아는 중소 규모의 기계ㆍ식음료가공업 등 제조업 중심지다. 선거인단 20명이 달린 이 곳에서 1992년부터 2012년까지는 민주당 후보가 모두 승리한 '블루 스테이트'(민주당 우세 주)였다. 하지만 2016년 대선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를 0.7%포인트 차이로 누르며 파란을 일으켰다. 시골 및 산업지역 백인 노동자들의 전폭적인 지지 덕분이었다. '러스트벨트'(북부의 쇠락한 공업지대)에서 '트럼프 돌풍'의 상징이 바로 펜실베이니아였다.
이번 대선에서도 트럼프ㆍ바이든 두 후보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펜실베이니아 스크랜턴이 고향인 바이든 후보가 이날 현재 4.8%포인트(리얼클리어폴리틱스 여론조사 평균 기준) 앞서 있지만 승리를 장담하기는 이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역전승을 위해 플로리다와 함께 꼭 잡아야 하는 핵심 경합주가 펜실베이니아다. 이런 중요성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 달 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로 펜실베이니아를 찾았다. 이날도 아침 일찍부터 워싱턴 백악관을 나서 앨런타운, 리티츠, 마틴스버그를 잇따라 돌며 각각 1시간 반 가까이 현장연설을 이어갔다.
유세 참석 지지자는 99% 이상이 백인으로 보였다. 가끔 아시아계와 흑인도 눈에 띄었으나 극소수였다. 펜실베이니아 인구는 백인이 81.9%다. 딸과 함께 참석한 30대 백인 남성 스티브는 "근처 공장에서 일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을 보고 싶고 딸에게도 보여주려고 왔다"면서 "그가 말하는 약속들을 지킬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유세 현장은 마치 연예인을 보러 온 듯한 지지자로 가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이 시작되고 사진찍기를 마친 지지자들이 행사장을 중간에 빠져나가는 모습도 많이 보였다.
트럼프는 현장 치중 vs 바이든은 고공전
트럼프 대통령은 막판 역전을 위해 현장유세를 늘려갈 계획이다. 27일에도 미시간ㆍ위스콘신ㆍ네브래스카ㆍ네바다 등 접전지를 잇따라 방문한다. 선거 막판 48시간 동안에는 11곳의 현장유세도 계획 중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특유의 대중 연설로 '샤이 트럼프' 유권자를 투표장으로 이끈다는 전략이다.
반면 바이든 후보는 고공전에 치중하고 있다. 바이든 후보 역시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체스터를 찾았지만 대규모 현장 유세 대신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는 메시지 전달에 주력했다.
이 같은 전략 차이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지난 대선에는 트럼프가 누구인지 알려야 했지만 이번에는 일자리, 주식 급등, 세금 감면 등 많은 성과가 있어 쉽게 이기지 않을까. (힐러리) 클린턴보다 바이든이 유세를 더 못 한다. (유세도) 거의 안 하는 것 같던데 여기 열기를 보라."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인 40대 남성 에릭은 낙승을 자신했다.
그러나 미 선거 전문매체 '538'과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바이든 후보의 대선 승리 가능성을 각각 87%, 96%로 예상했다. 물론 2016년 대선 직전에도 클린턴 후보의 승리 가능성은 90%를 넘었지만 결과는 딴 판이었다. 누구도 섣불리 2020년 대선 결과를 장담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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