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만큼만 짜서 사가는 방식
용기도 코코넛 활용한 친환경 소재
'가치소비' 좇는 소비자 늘어
화장품 업계 친환경·지속가능 앞세워
아모레퍼시픽이 색다른 실험에 도전한다. 보통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파는 샴푸와 바디워시 제품을 한 번 쓰고 버리는 게 아니라 필요한 만큼만 다시 채워갈 수 있는 충전 매장을 운영하기로 했다. 단순한 소비보다 환경 보호 등 공익적 의미가 담긴 상품을 구매하는 '가치소비'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어 채워 쓰는 화장품의 개념을 매장에 처음으로 도입한다.
아모레퍼시픽은 국내 화장품 업계 최초로 '리필 스테이션'을 운영한다고 27일 밝혔다. 이 공간에서는 샴푸와 바디워시 제품의 내용물만 사갈 수 있다. 손잡이를 내리면 튜브에서 내용물이 나와 용기에 담아가면 된다.
리필 스테이션은 이달 중순 경기 수원시에서 문을 연 '아모레스토어 광교' 매장에 있다. 샴푸와 바디워시 15개 제품이 진열돼 있고 용기를 가져다 댄 뒤 원하는 제품의 손잡이를 당겨 내용물을 채운 뒤 밑에 있는 저울로 무게를 재면 가격이 결정된다. 제품마다 그램당 가격이 책정돼 있는데 동일한 제품 한 통을 살 때 대비 50% 수준으로 저렴하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용기는 코코넛 껍질로 만들어져 재활용할 수 있다. 내용물은 제조 후 100일 이내 내용물만 사용되며 용기는 자외선 발광다이오드(LED) 램프로 살균 처리돼 있다. 리필 스테이션 이용 고객은 안전하고 경제적이면서도 친환경적인 소비가 가능한 셈이다.
가치소비는 화장품 업계의 중요한 키워드다. 주요 고객층이 젊은 여성 고객인데, 이들이 제품을 살 때 유행이나 가격뿐 아니라 해당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관을 주요 요소로 고려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서다. CJ올리브영이 지난 6월 여성 소비자 2,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제품 구매에 크게 작용하는 화장품 요소를 묻는 질문(중복응답)에 71.1%가 전체성분이라고 답했고 친환경적 생산(48.3%), 브랜드(42%), 브랜드의 가치관이나 사회적 활동(33.2%), 비건인증(제조과정에서 동물 실험을 하지 않고 동물성 성분을 사용하지 않는 제품 인증·20.3%) 등이 뒤를 이었다.
이에 따라 CJ올리브영의 경우 비건이나 친환경 화장품 브랜드에 '클린뷰티' 인증을 부여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클린뷰티로 선정된 12개 브랜드의 지난 8월 매출이 전월 대비 2배 오르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6월 식물성 성분이 들어간 상품을 모은 브랜드 '이너프프로젝트' 판매를 시작한 바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9월 화장품 용기로 쓸 수 있는 재활용 소재를 개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을 받아 눈길을 끌었다.
제품의 기본적 기능 외에도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려는 움직임은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오정화 아모레퍼시픽 지속가능경영 디비전 상무는 "리필 상품과 판매 방식의 변화라는 시대적 요구에 맞게 리필 스테이션을 선보이게 됐다"며 "새로운 경험과 친환경 가치, 수준 높은 서비스로 고객들의 높은 호응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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