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마크롱 정신 진단 받아야"
걸프지역 이슬람 국가들 佛불매운동
‘교사 참수 테러’ 이후 이슬람 분리주의에 강경 대응을 선포한 프랑스 정부와 이슬람 국가들의 관계가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외교 결례 수준의 막말이 오가는 것은 기본이고 중동 내 반(反)프랑스 시위와 불매운동까지 들불처럼 번지는 상황이다. 양측 모두 성난 자국 민심부터 달래야 하는 처지라 당분간 냉각기는 이어질 전망이다.
우선 이슬람을 대표한 터키의 파상 공세가 예사롭지 않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TV연설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슬람을 대하는 태도를 지적하며 “그는 밤낮으로 나에게 집착하고 있다.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재차 주장했다. 전날 집권 정의개발당(AKP) 회의에서는 “마크롱은 무슬림과 무슨 문제가 있느냐”며 “소수 종교를 믿는 자국 내 수백만명을 이런 식으로 다루는 국가 원수에 대해 무슨 말을 할 수 있나. 우선 정신 감정이 필요하다”고 맹비난했다.
프랑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교부 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터키가 프랑스를 향해 증오를 부추기고 있다”며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 모욕은 동맹국으로서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반발했다. 이례적으로 터키 주재 자국 대사를 파리로 불러들이기까지 했다. 양국의 설전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말 마크롱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가 뇌사에 빠졌다”고 지적했을 때도 에르도안 대통령은 “당신부터 뇌사가 아닌지 확인하라”고 쏘아붙였다.
두 사람은 취임 때부터 각각 이슬람교와 세속주의의 수호자를 자처해왔다. 과거 시리아 및 리비아 내전,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분쟁 등의 이슈에서 양국이 번번이 부딪힌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러다 지난 16일 프랑스에서 표현의 자유를 가르치기 위해 수업 중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 만평을 보여준 교사가 잔혹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양국 관계는 급격히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반복되는 테러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달래기 위해 유명 이슬람 사원 폐쇄와 극단주의 단체 해산 등 각종 강경 조치를 내놓았고, 이슬람권 국가들은 “무슬림 혐오이자 박해”라며 발끈했다.
프랑스를 향한 불만은 중동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프랑스산 제품 불매운동이 단적인 예다. ‘예언자 무함마드를 위해 프랑스 제품은 거부한다’는 문구와 함께 쿠웨이트의 슈퍼마켓 진열대에서 프랑스산 버터, 화장품 등이 자취를 감췄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카타르, 요르단 등의 상황도 비슷하다. 리비아와 시리아 북부, 가자지구에선 시민들이 발자국이 찍힌 마크롱 대통령 사진을 불태우며 규탄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터키와 앙숙인 사우디아라비아까지도 프랑스 불매만큼은 한 마음으로 동참할 태세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프랑스 유통 체인 까르푸 매장 불매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는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표정 관리를 했지만 불매운동이 장기화할수록 프랑스 경제엔 상당한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프랑스 외무부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중동의 몇몇 나라에서 불매운동과 프랑스에 대한 증오ㆍ선동이 일어나고 있는데 즉각 중단해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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